우리 옛 그림

단원김선생풍속도 1

從心所欲 2021. 2. 12. 14:26

1991년도의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은 아직도 미궁이다. 살아있는 본인이 자신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데도 그림을 소유한 국립현대미술관과 검찰이 진품이 맞는다고 우기는 진기한 일이 벌어졌었다. 외국의 감정팀에 의뢰를 맡겨 위작이라는 결론이 났는데도 국립현대미술관과 검찰은 이 결과를 부정하며 진품임을 고집하여 천경자 화백을 자기 그림도 못 알아보는 치매환자로 만들었다.

 

옛날이라고 위작이 없었을 리가 없다. 지금도 김홍도라는 이름은 걸려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김홍도의 진작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그림들이 다수 전해지고 있어 추사 김정희의 글씨만큼이나 단원 김홍도를 사칭하는 그림이 당대부터 많았을 것이란 사실을 짐작해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전(傳)김홍도필 풍속도》도 그런 유물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 전체 30점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도첩에는 성협의 풍속화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주제의 그림이 들어있다.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술값계산,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그림 제목은 임의로 붙인 것이다. 제발은 ‘3일 여정으로 길을 떠났다가 처음 만난 주막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노자가 크게 부족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김홍도의 그림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김홍도가 그림 배우던 어린 시절에 그린 것이라 해도 믿을까 말까다. 그런데 이 그림들을 모아 놓은 첩의 표지가 이렇다.

 

[《전(傳)김홍도필 풍속도》첩 표지]

 

떡하니 ‘단원김선생풍속도’라고 적어 놓았다. 그러니 유물을 소장하게 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이 그림들이 김홍도의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지만 《전(傳)김홍도필 풍속도》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박물관에서는 이 작품에 대한 어떤 연구도 하지 않은 듯하다. 첩에 대한 설명이나 개별 그림들의 제목도 없이 도록으로만 소개하고 있다.

첩의 첫 번째 그림은 영모도로 되어있다.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영모도,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이후에는 여러 가지 풍속 그림으로 이어진다. 비록 김홍도의 그림이 아닐지 모르고 그림의 보존상태도 좋지 않지만 다른 풍속화에서 보기 힘든 여러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그림의 제목은 소개를 위해 임의로 붙인 것이다.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꿩 매매,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말 앞에서 말 그리기,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서당 가는 길,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바느질,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길손 개 쫓기,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담뱃불 빌리기,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곰방대 불붙이기,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전(傳)김홍도필 풍속도》中 노스님 이 잡기, 31.8 x 24cm,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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