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 한편에 이런 그림을 그리면서 내려왔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사는 즐거움과 그 속에서의 한가하고 여유로운 삶.
때때로 먼 도시의 친구가 찾아와 함께 즐기는 꿈도 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농사를 짓기 시작하는 때부터 그 꿈들은 헛된 망상이 된다.
직장에서는 업무마다 완료라는 개념이 있지만 농사는 수확할 때까지 ‘끝’이라는 개념이 없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농사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작물과 농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하루 더 돌보고 안 한 것의 차이는 수확 때 나타나고 그 사실을 경험 있는 농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하루도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다. 매일 같이 일을 해도 늘 못한 일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농사인 듯하다.
무슨 날이라고 해서 모처럼 외지에 나가있던 자식들이 찾아와도 얼굴 잠깐 보고나면 어느 샌가 슬그머니 농기구 챙겨 밭이나 논에 나가있던 옛 농사꾼 아버지들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자식들은 그런 아버지를 유별나게 생각하고 때로는 야속한 마음도 들었을지 모른다. 지금은 영농 기술이 발전하고 각종 기계들의 도움으로 일이 수월해졌다고는 해도 농사짓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언제나 마음은 밭에 가 있는 것이다.
자다가도 빗소리에 놀라고 바람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 일쑤다.
그런 시골에 요일은 의미가 없는 개념이다. 직장 다닐 때는 그 무엇보다 중요했던 요일이 농촌에서는 따져봐야 쓸 데가 없다. 월요일이나 일요일이나 그저 똑같은 하루일뿐이다. 그보다는 장이 서는 날짜가 중요하고 비오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더 중요하다. 농부가 쉬는 날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농사일을 할 수 없는 날 뿐이다. 물론 친구가 찾아오는 날은 자신에게 농사일을 쉴 수 있는 핑계를 댈 수 있는 날이기는 하다.
잘 적응해서 이겨내면 매일이 일요일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면 매일이 직장의 월요일이 될 수도 있다.
절대 취미삼아 농사일을 시작하지 말기를 바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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