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라는 그림이 있다. ‘수성(壽城)의 옛 터’라는 뜻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곳을 ‘궁궐 여인들의 내불당(內佛堂)이었던 인수(仁壽), 자수원의 옛터로 짐작되는 곳’이라는 설명을 붙여 놓았다. ‘내불당(內佛堂)’은 태조가 왕실의 불교신앙을 위하여 창건한 절로 경복궁 내에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하면 수성(壽城)은 경복궁 안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선의 그림에 나타난 지역은 누가 보더라도 경복궁 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뒤에 있는 산에 검은 색으로 칠해진 바위는 얼핏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연상케 하여, 인왕산의 동편 자락일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 한편으로는 백악산의 서편에도 산 중턱에 커다란 바위가 있어 백악산 자락일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풍수를 따지던 그 때에 서향으로 건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