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대표적 유학자인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살아있을 때 당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에게 동인이니 서인이니 하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은 후학들이 두 사람을 끌어다 당파 싸움에 이용했기 때문이다. 자신들 학통의 우월성과 정통성을 내세우려는 방편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공경한다는 선학들을 끌어다 괜한 욕을 보인 것이다. 조선 중기 이후 조선의 정치를 주도한 세력인 사림(士林)은 소위 붕당으로 동·서인으로 갈리기 전까지는 큰 맥락에서 하나의 학통(學統)이었다. 이황의 제자로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였던 기대승(奇大升)은 조선 성리학의 연원을 정몽주에 두고 이것이 길재를 거쳐 길재의 제자인 김숙자와 그의 아들인 김종직으로 이어진 뒤 김굉필과 조광조로 이어졌다고 주장한 바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