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석당 이유신

從心所欲 2022. 4. 5. 12:39

석당(石塘) 이유신(李維新)은 낯선 이름이다. 그의 가계와 행적에 대해서도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조선 후기의 학자 유재건(劉在健)이 쓴 여항인들의 전기집인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을 통하여 그가 여항문인이자 화가였었음을 짐작할 뿐이다.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에는 이유신이 돌을 좋아했고 그림을 잘 그렸다고 했다. 1753년에 그의 이름이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고, 1790년대에도 화가 이인문(李寅文), 서예가 유한지(兪漢芝), 서화가 신위(申緯) 등과 교유한 기록들로 미루어 대략 그의 생몰년도는 1730년대에서 1800년경까지로 미루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하는 이유신의 작품들은 산수화, 인물화, 영모화, 화훼화 등 그 화목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산수화이다. 그의 그림은 중국에서 들어온 화보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조선 화가의 화풍을 수용하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용하여 그린 양상을 보였다는 평을 받는다.

석농(石農) 김광국(金光國)이 역대의 그림들을 모아 만든 화첩으로 알려진 『화원별집(畵苑別集)』에는 이유신의 그림이 두 점 수록되어있다. 그 가운데 명(明)나라 화가인 남영(藍英)과 맹영광(孟永光)의 그림을 방(倣)하였다고 밝힌 <방남맹비설도(倣藍孟飛雪圖)>는 중국 화보의 영향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면서도 그의 능숙하고 활달한 필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소개된다.

 

[『화원별집(畵苑別集)』 中 <방남맹비설도(倣藍孟飛雪圖)>, 지본담채, 28.6 x 21.0cm, 국립중앙박물관]

 

『화원별집(畵苑別集)』에 들어있는 또 다른 그림은 화첩의 목록에는 ‘빗속에 절을 찾다’는 뜻의 <우준심사도(雨浚尋寺圖)>로 되어 있는데 ‘구름에 싸인 경치’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화원별집(畵苑別集)』 中 <우준심사도(雨浚尋寺圖)>, 지본담채, 28.6 x 21.0cm, 국립중앙박물관]

 

[『화원별집(畵苑別集)』 목차 中 이유신 부분 ㅣ &lsquo;사윤(士潤)&rsquo;은 이유신의 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화원별집의 이 그림과 똑 같은 그림을 따로 소장하고 있는데 <눈 쌓인 겨울의 경치> 또는 <설경산수도(雪景山水圖)>로 소개하고 있다.

 

[<설경산수도(雪景山水圖)>, 국립중앙박물관]

 

그림 옆에 ‘석당이유신(石塘李維新)’이라는 제첨이 붙어 있음에도 박물관에서는 이 그림을 조선 중기의 화가인 심수(心水) 이정근(李正根,)의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업무상의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림에 붙여진 <설경산수도(雪景山水圖)>라는 이름도 제 이름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떤 연유로 제발까지 똑 같은 두 그림이 전하게 되었는지는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전하는 이유신의 산수화들은 물기 머금은 윤필(潤筆)과 밝고 투명하게 선염된 고운 담채가 특징을 이룬다. 그의 이러한 화풍은 조선 말기에 등장하는 근대적 감각의 대담하고 참신하면서도 이색적인 화풍과 상통되는 것이라 한다.

화면의 3분의 2를 수면으로 배치하고 수평선 너머에 배의 돛만 그려 넣은 <양류노주도(楊柳鷺舟圖)>는 이유신이 서양화법을 수용한 것이라 한다. ‘양류노주(楊柳鷺舟)’는 수양버들과 백로, 배의 뜻이다. 뱃머리에 서 있는 백로의 모습이 이채롭다.

 

[이유신 <양류노주도(楊柳鷺舟圖)>, 지본담채, 29.8 x 43.5cm, 개인]

 

동산방화랑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첩에는 이유신의 <포동춘지(浦洞春池)>, <귤헌납량(橘軒納凉)>, <행정추상(杏亭秋賞)>, <가헌관매(可軒觀梅)> 등 네 그림이 들어있는데 그의 회화세계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란 설명이 따른다. 춘지(春池), 납량(納凉), 추상(秋賞), 관매(觀梅) 등의 단어를 통하여 이 그림들이 춘하추동 4계절을 소재로 한 일련의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의 앞에 붙여진 포동(浦洞), 귤헌(橘軒), 행정(杏亭), 가헌(可軒)은 모두 특정지역에 함께 있었던 장소나 건물의 명칭으로 이 그림들은 한 장소의 4계절을 다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유신 <포동춘지(浦洞春池)>, 지본담채, 30.2 x 35.5cm, 동산방화랑]

 

[이유신 <귤헌납량(橘軒納凉)>, 지본담채, 30.2 x 35.5cm, 동산방화랑]

 

[이유신 <행정추상(杏亭秋賞)>, 지본담채, 30.2 x 35.5cm, 동산방화랑]

 

[이유신 <가헌관매(可軒觀梅)>, 지본담채, 30.2 x 35.5cm, 동산방화랑]

 

이외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유신필 산수도(李維新筆山水圖)>, 서울역사박물관의 <고목석죽도(枯木石竹圖)>, 서울대학교박물관의 <편우령환첩(片羽零紈帖)> 등이 전한다. 

 

 

[<이유신필 산수도(李維新筆山水圖)>, 지본수묵, 102.2 x 36.0cm, 국립중앙박물관]

 

[이유신 <고목석죽도(枯木石竹圖)>, 지본담채, 44.8 x 59.3cm, 서울역사박물관]

 

[이유신 <편우령환첩(片羽零紈帖)>, 지본수묵, 20 x 27.4cm, 서울대학교박물관 ㅣ&nbsp; <편우령환첩(片羽零紈帖)>은 그림의 제목이라기 보다는 이유신의 이 그림이 들어있는 첩의 이름으로 추측된다.]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김달진미술연구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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