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병풍 53

병풍 53 - 채용신필 화조도

의병장 임병찬(林炳贊)을 비롯하여 최익현(崔益鉉), 황현(黃玹) 등 여러 항일투사들의 초상화를 남긴 석지(石芝) 채용신(蔡龍臣, 1850 ~ 1941)은 원래 직업이 화가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려 15살이 넘으면서부터는 산수와 화조를 비롯하여 그리지 못하는 분야가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여기(餘技)였을 뿐이다. 그는 37살이 되던 1886년에 무과시(武科試)에 급제하여 오위(五衛) 소속의 정6품 무관직(武官職)인 사과(司果)를 시작으로 이후 의금부도사와 돌산진과 부산진의 수군첨절제사를 지냈다. 그는 1899년 관직에서 물러난 뒤 조상의 고향인 지금의 익산시 왕궁면으로 낙향하였는데 이때 조정으로부터 태조의 어진(御眞)을 모사하라는 명을 받았다. 채용신이 50세 때였다...

우리 옛 병풍 2021.12.25

병풍 52 - 영조 을유기로연·경현당수작연도병

영조는 조선의 왕으로는 유례가 없을 나이인 83세까지 장수한 왕이다. 재위기간도 무려 52년이나 되어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가장 오래 왕위에 있었다. 80넘은 노인이 돌아가신 집에 조문을 가서 ‘호상(好喪)’이라는 위로의 말 한마디 했다가 상주와 싸움이 일어났다는 요즘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60을 넘기는 사람도 드문 시절이었다. 그래선지 40만 넘어서도 자신의 호에 늙은이 ‘옹(翁)’자를 스스럼없이 붙여가며 나이든 행세를 했다. ‘노(老)’자는 늙은이를 뜻하는 가장 보편적인 한자이지만, 예전에는 이 ‘노(老)’자에 조금 더 깊은 뜻이 있었던 듯도 하다. 조선 시대에 정2품 이상의 벼슬을 지낸 나이 많은 문신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설치한 관서로 기로소(耆老所)가 있었다. 태종이 즉위하던 해인 1400년에 ..

우리 옛 병풍 2021.12.14

병풍 51 - 서병

조선시대의 사랑방(舍廊房)은 남자 주인이 거처하던 공간이다. 안방은 여성의 공간으로 부인에게 내주고, 남자는 바깥채인 사랑방에서 글을 읽으며 학문을 하고 자기 수양을 했다. 사랑방은 또한 손님을 맞는 접객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랑방은 주인의 안목과 품격을 드러내는 공간이기도 했다. 검소함을 덕목으로 여기던 옛 선비들은 자신의 사랑방을 간소하면서도 단아하되 나름의 격조를 갖추려했다. 주인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그림을 걸기도 했겠지만, 글씨를 걸기도 했을 것이고 병풍이 보편화되면서는 글씨로 만든 병풍을 펴놓기도 했을 것이다. 병풍차가 글씨로만 된 병풍을 서병(書屛)이라고 한다. 서병(書屛)은 보통 종이에 먹으로 글씨를 써서 병풍을 꾸미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었다. 서병오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

우리 옛 병풍 2021.12.08

병풍 50 - 강세황 병도

병도(屛圖)는 병풍그림이라는 뜻이다. 는 표암(豹菴) 강세황의 그림만으로 만든 8폭 병풍이다. 아래는 이 병풍에 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설명이다. 강세황(字 光之, 號 豹菴)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문인 서화가로서 담백한 필치, 먹빛의 자연스러운 변화, 맑은 채색 등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이룩하였다. 그는 시,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났으며, 남달리 높은 식견과 안목을 갖춰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 그림을 평가하는 데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18세기 조선 화단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특히 한국적인 남종(南宗) 문인화풍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여덟 폭으로 이루어진 이 병풍에서 강세황의 유려한 필선과 맑은 채색의 구사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폭의 필치와 채색의 사용에서 일관선이 보..

우리 옛 병풍 2021.12.02

병풍 49 - 친정도(親政圖)

친정(親政)의 사전적 의미는 임금이 직접 정치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본뜻은 임금이 관리들에 대한 인사 행정을 직접 수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조선시대에는 왕이 전권을 쥐고 무엇이든 왕의 마음대로 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조선의 시스템은 그리 만만하고 허술하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관제상 인사권은 문신은 이조(吏曹)에, 무신(武臣)은 병조(兵曹)에 있었다. 인사행정의 최종 책임은 이조와 병조의 판서에게 있었지만, 그렇다고 판서가 마음대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었다. 새로운 관리를 임명할 때 당상관은 참의(參議)가 추천하고, 당하관은 전랑(銓郞)으로 불리는 정5품직 정랑(正郞)과 정6품직 좌랑(佐郞)이 추천했다. 특히 이조의 전랑들에게는 삼사(三司)의 ..

우리 옛 병풍 2021.11.28

병풍 48 - 사현파진백만병도(謝玄破秦百萬兵圖)

는 ‘사현(謝玄)이 진(秦)나라의 백만 군대를 물리친 그림’이라는 뜻이다. 숙종 때에 궁중에서 만들어진 8폭 병풍으로 전투장면을 담았다. 그림은 크게 상하 둘로 나뉘어, 위쪽은 전투의 무대가 된 기묘한 절벽과 바위로 가득한 산이 자리 잡았고 아래쪽은 우측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전투장면이 그려졌다. 중국 5호 16국 시대에 전진(前秦)의 3대 왕이었던 부견(符堅)은 양자강 이북을 평정하고 나자 양자강 이남에서 큰 세력을 차지하고 있던 동진(東晋)을 정벌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화북을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신들의 만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견(符堅)은 383년에 100만에 가까운 군사를 일으켜 동진 정복에 나섰다. 당시 동진(東晋)의 재상(宰相)은 사안(謝安)이라는 인물이었다. 사안은 40이 될..

우리 옛 병풍 2021.11.21

병풍 47 - 종묘친제규제도설

성종 5년인 1474년에 편찬이 완성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는 왕실을 중심으로 한 조선이라는 국가의 기본예식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규정하고 정리한 책이다. 여기서 오례(五禮)란 길례(吉禮), 가례(嘉禮), 빈례(賓禮), 군례(軍禮), 흉례(凶禮)이다. 그 가운데 길례는 국가에서 사직과 종묘 등에 제사 드리는 의식을 말한다. 흔히 제사(祭祀)를 돌아가신 이의 ‘죽음’과 연관시키는 탓에 ‘흉(凶)’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선조들은 제사를 길(吉)한 것으로 보아 길례(吉禮)라 하였다. 물론 누군가의 죽음을 당하여 치르게 되는 장례(葬禮)는 흉례(凶禮)에 속한다. 조선에서의 국가제사는 만물의 근원이 되는 하늘 신[天神]을 위한 환구제(圜丘祭), 국토와 오곡의 신에 국태민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사직제(社稷..

우리 옛 병풍 2021.11.14

병풍 46 - 오륜행실도 4

6폭은 효자와 충신에 대한 이야기다. 황향선침(黃香扇枕) - 황향(黃香)이 베개에 부채질하다 : 한나라의 황향(黃香)은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잃자 너무 슬퍼하여 마치 죽을 사람처럼 몰골이 초췌하여졌는데, 그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들이 그 효성을 칭찬하였다. 또한 혼자 아버지를 봉양하면서 여름에는 베개와 돗자리에 부채를 부치고, 겨울이면 제 몸으로 이불을 따뜻이 덥혀 놓았다. 이에 고을 원이 이러한 사실을 조정에 보고하면서 그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다. 황향은 후에 벼슬이 상서령에 이르렀으며 자손들이 다 높은 관직에 올랐다. 기신광초(紀信誑楚) - 기신이 초나라를 속이다 : 항우(項羽)가 영양(滎陽)을 포위하자 한나라 임금이 근심하였다. 그때 장군 기신(紀信)이 나서서, “일이 시급하니 제가 초나라를 속이겠..

우리 옛 병풍 2021.11.06

병풍 45 - 오륜행실도 3

오륜행실도 역시 민화 병풍에서 흔히 보이는 가능한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각 폭마다 개별 소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 폭에 몇 가지를 함께 섞어 놓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각 사례에 대하여 글로 소개하는 부분이 간략해졌다. 《오륜행실도 10폭병풍(五倫行實圖十曲屛風)》의 제1폭은 동영대전(董永貸錢)과 혜소위제(嵇紹衛帝)의 두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동영대전은 한나라 사람 동영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장사하기 위해 빌린 빚을 하늘의 직녀를 만나 베를 짜서 갚았다는 효자 고사이고, 혜소위제(嵇紹衛帝)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하나인 진(晉)나라 사람 혜소가 반란으로 인해 몽진하는 혜제(惠帝)를 호위하다 적의 화살에 맞아 황제 곁에서 숨졌다는 충신에 대한 고사이다. 2폭에는 세 가지 소재를 담았다..

우리 옛 병풍 2021.11.05

병풍 44 - 오륜행실도 2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오륜행실도 8폭 병풍(五倫行實圖八幅屛風)》은 열녀, 충신, 효자와 더불어 겨레붙이의 돌봄, 형제간의 우애, 친구간의 의리, 스승에 대한 제자의 도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소재를 골라 만든 병풍이다. 사례에 대한 설명이 한글 없이 한문만으로 써진 것을 보면 소위 식자(識者) 집안에서 만든 병풍으로 추정된다. 제1폭인 의 내용은 지금 시대의 여성들이 들으면 입에 거품을 물을 만큼 전통적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의 종합세트다. 송나라의 포소(鮑蘇)가 외지에 벼슬살이를 가서 다른 여자를 얻었다. 그럼에도 본처 여종(女宗)은 고향에서 시어미를 더욱 공경하고 효도하였다. 또한 남편이 벼슬살이 하는 고을에 가는 사람 있으면 반드시 남편에게 안부를 전하고, 첩에게도 선물을 잊지 않았다. 그러자..

우리 옛 병풍 202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