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단원화파 변지순

從心所欲 2022. 5. 6. 12:38

 

단원(檀園) 김홍도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였던 만큼 당시에 그의 화풍을 따른 화가들이 많았다. 김홍도와 사적으로 가까운 인물들 가운데도 있었고 후배 화원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아들인 김양기를 포함하여 같은 화원 화가이자 친구였던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 이인문, 선배 화가였던 김응환의 아들 김석신과 조카 김득신, 사위 이명기까지 그리고 유운홍과 유숙 같은 화원들이 거론된다. 이들 외에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변지순(卞持淳)이라는 화가도 있었다.

 

변지순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활동했던 생몰 연도도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화가다. 그의 신분은 무관(武官)이라는 주장도 있고 동래부(東萊府) 소속 화가라는 주장도 있으며, 또한 1820 ~ 1830년대에는 무과에 합격하여 서울에서 활동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거나 그의 활동연대는 19세기 전반으로 추정된다. 해부(海夫), 옥해도인(玉海道人) 같은 호를 썼고 전하는 그림은 대략 40여 점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하는 그림들에 나타난 그의 화풍은 김홍도와 비슷한 면이 많다는 평을 받는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동원미술관 설립자인 이홍근(李洪根) 선생이 기증한 문화재 가운데 하나인 <변지순 서화첩>이 있다. 두 개의 화첩이 있는데 한 화첩에는 서() 2, 4, 그림 6폭이 들어있다.

 

[ 《 변지순 서화첩 ( 卞持淳書畵帖 )  중 서 ( 書 ) < 옥해도인 ( 玉海道人 )>,  국립중앙박물관  :  서화첩 크기  23.3 x 16.2cm,  두께  1.6cm]

 

[ 《 변지순 서화첩 ( 卞持淳書畵帖 )  중 서 ( 書 ) < 호상춘풍 ( 湖上春風 )>,  국립중앙박물관 ]

 

변지순이 시와 글씨에도 뛰어났다는 평가도 있고 또 한쪽에서는 그의 시와 글씨가 그림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화첩에 들어있는 시를 적은 그의 초서는 개성이 강한 독특한 서체라는 평을 받고 있다.

 

[ 《 변지순 서화첩 ( 卞持淳書畵帖 )  중 초서로 쓴 시 ( 詩 ),  국립중앙박물관 ]

 

화첩 3면에 들어있는 그림은냇가의 정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 《 변지순 서화첩 ( 卞持淳書畵帖 )  중  〈 냇가의 정자 >,  국립중앙박물관 ]

 

남종화(南宗畵) 계열인 이 그림은 크기는 작지만, 구성은 대작풍이라는 평이다이어지는 그림들은 <바다, 바위, 물새[海岩水禽]>, <매화>, <노송(老松)>, <지두산수(指頭山水)>, <폭포와 갈대>이다.

 

[《변지순 서화첩(卞持淳書畵帖) 중 <바다, 바위, 물새[海岩水禽]>, 국립중앙박물관]

 

[《변지순 서화첩(卞持淳書畵帖) 중 <매화>, 국립중앙박물관]

 

[《변지순 서화첩(卞持淳書畵帖) 중 <노송(老松)>, 국립중앙박물관]

 

[《변지순 서화첩(卞持淳書畵帖) 중 <지두산수(指頭山水)>, 국립중앙박물관]

 

[《변지순 서화첩(卞持淳書畵帖) 중 <폭포와 갈대>, 국립중앙박물관]

 

변지순의 그림들은 나무를 표현하는 방법인 수지법(樹枝法)이나 구도 등에서 김홍도풍이 두드러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화첩 9면에 들어있는 <노송>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한, 8면에 들어있는 <바다, 바위, 물새[海岩水禽]> 역시 김홍도의 <창해낭구도(滄海浪鷗圖)>를 연상케 한다.

 

[김홍도 <창해낭구도(滄海浪鷗圖)>, 지본담채, 38 x 49.2cm, 간송미술관]

 

그런가 하면 2021년 케이옥션에 경매로 나온 변지순의 <달마좌수도해(達磨坐睡渡海)> 역시 변지순 나름의 필치와 해석이 더해지기는 하였지만, 선염으로 화면을 가득 메운 푸른 바다와 갈대 위에 앉아 잠을 자는 달마대사의 모습은 김홍도의 <달마좌수도해>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김홍도의 그림이 정적이고 평화롭다면 변지순의 그림에서는 달마대사 주변에 파도가 몰아치는 듯 좀 더 역동적이다.

 

[변지순 <달마좌수도해(達磨坐睡渡海)>, 지본담채, 21.5 x 30.5cm, 케이옥션]

 

[ 김홍도  < 달마좌수도해 >,  지본담채 , 26.6 x 38.4cm,  간송미술관 ]

 

변지순이 다루었던 화재(畫材)들은 산수화를 비롯하여 화조화, 사군자, 지두화(指頭畵)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내용에서나 대담한 구도, 활달한 필치, 담백한 화면처리 등에서 그의 그림에는 문기(文氣)가 짙게 배어 있다는 평이다. 큰 그림보다는 작은 크기의 그림들을 즐겨 그렸으며, 소폭 그림들이 더욱 뛰어나다고도 한다.

 

[ 변지순  < 산수인물도 >, 2015 년  5 월 마이아트 옥션 경매 출품 ]

 

[ 변지순  < 게 >]

 

[변지순 <산수인물도>]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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