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236

윤두서의 아들 윤덕희 2

윤덕희의 말 그림이 현대인의 눈으로 보아 정말 뛰어난 그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시대에 말을 그만큼 그린 화가가 없었다는 말로 해석하면 될 듯싶다. 또한 여인을 그린 그림들도 그 시대에 새로운 시도였다는 정도일 뿐, 그림이 뛰어난지 여부와는 다른 이야기다. 윤덕희는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전하는 윤덕희의 산수화는 주로 이상적인 경관이나 탈속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당연히 당시에 유행했던 산수인물도(山水人物圖)도 그렸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그의 산수인물도는 너무나 차분해서 자칫 무미건조해 보일 수도 있다. 전(傳)이라고 했으니 꼭 윤덕희의 작품이라는 보장은 아니다. 옛 그림에서 흔히 보는 관수도, 관폭도, 고사가 다리를 건너는 그림 등 소재는 새롭지가 않다. 중국의 화보를 보고 연습한..

우리 옛 그림 2021.11.25

윤두서의 아들 윤덕희 1

옛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혹시 그림의 작가가 누구고 그림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그림을 적어도 한번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숙종 때의 문인화가였던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 ~ 1715)의 자화상이다.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매섭고 강렬한 눈매에 섬뜩한 기분이 들어 얼른 시선을 돌리고 싶게 만드는 그림 속 주인공은 성리학은 물론 천문, 지리에서 의학, 음악, 공장(工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박학다식했던 인물이다. 그림이 기괴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이 그림이 미완성작인데다 유탄(柳炭)으로 그린 부분이 세월이 지나면서 지워진 때문이다. 윤두서는 해남(海南) 윤씨 집안의 종손으로 윤선도(尹善道)의 증손자이자 정약용의 외증조부이기도 하다. 해남 윤씨는 윤선도 이래 전통적인 남인 ..

우리 옛 그림 2021.11.22

와운(渦雲) 또는 둔운(屯雲)

미술 전문가들은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 1710 ~ 1760)의 그림을 맑은 담채, 간결한 표현, 단아한 분위기 같은 표현들로 특징짓는다. 그러나 문외한의 눈에는 이인상의 그림들 거의 대부분에는 뭔가 색감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수묵화조차도 농묵(濃墨)을 거의 쓰지 않아 얼핏 색 바랜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이인상이 화폭에 먹칠을 해놓은 듯한 그림이 있다. 거기다 그림 자체도 전통 수묵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여백도 없고 복잡하다. 그동안에는 주로 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으나 최근에는 로 소개되기도 한다. 얼핏 현대의 추상화 같이 보이는 이 그림은 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왔었다. ‘소용돌이 구름’이라는 뜻이다. 시커먼 먹구름 위에 행서로 쓰인 제발은 그동안 유홍준 박사가 번역..

우리 옛 그림 2021.11.19

김명국의 도석인물화

전하는 연담(蓮潭) 김명국(金明國)의 그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일만큼, 김명국은 도교의 신선이나 불교의 고승(高僧)을 소재로 하는 그림인 도석인물화(道釋人物畵)에 뛰어났던 조선 중기의 도화서 화원이었다. 왜국에서 선승화(禪僧畫)가 유행하던 시기인 1636년, 통신사를 따라 왜국에 갔던 김명국은 왜인들이 밤낮으로 모여들어 그림을 청하는 바람에 그림 그리는 일이 너무 힘들어 울려고까지 했다는 글이 있을 정도로 김명국의 그림은 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1643년에 김명국이 또 다시 통신사행에 동행하게 된 것도 왜국의 요청 때문이었다 한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와 는 그때 김명국이 왜인들에게 그려주었던 그림들이다. 술을 좋아했던 김명국은 연담(蓮潭)외에도 취옹(醉翁)이라는 호를 같..

우리 옛 그림 2021.11.15

김두량 전원행렵도(田園行獵圖) 2

두 번째 도권은 〈추동전원행렵도권(秋冬田園行獵圖卷)>이다. ‘전원행렵도(田園行獵圖)’라는 소장품명은 이 도권에서 따온 것이다. 제목에 있는 대로 가을과 겨울 풍경을 담았다. 도권 앞쪽에 쓴 제발은 秋冬田園行獵勝會로 시작한다. ‘가을에 전원에 나들이 하고 겨울에는 사냥모임을 하다’는 의미일 듯하다. 이어서 歲仝甲年正春이라고 했다. ‘仝’자는 ‘同’자의 고자(古字)이다. 그래서 ‘仝甲年’은 을 그렸던 같은 갑자(甲子)년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춘(正春)은 음력 2월을 가리킨다. 이어 仝書延慶堂內라고 하여 글은 같은 사람 즉, 일녕헌(日寧軒)이 연경당 내에서 썼다고 했다. 연경당은 창덕궁 내에 있는 민간 사대부 가옥형태로 지어진 건물이다. 109칸에 이르는 현재의 건물은 헌종과 고종 연간에 지어진 것으로 ..

우리 옛 그림 2021.11.12

김두량 전원행렵도(田園行獵圖) 1

김두량(金斗樑, 1696 ~ 1763)은 조선 후기의 도화서 화원으로, 정선보다 20년 늦고 김홍도 보다는 50년 빠른 시기에 활동했다. 외조부 함제건(悌健)을 비롯하여 부친 김효강(金孝綱)과 김두량의 형제와 아들, 조카까지 화원을 지냈던 조선 후기의 대표적 화원가문 출신이었다. 문인화가였던 윤두서에게 그림을 배웠다고 하며, 22세 때인 1717년에 통영의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에 화원으로 배속되면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여 30세부터는 본격적으로 궁중의 여러 화사(畵事)에 참여하였다. 김두량은 영조에게서 남리(南里)라는 호를 하사받을 정도로 각별한 신임을 받으면서 실질적으로 도화서(圖畵署)의 실무를 관장하는 직위인 종6품 별제(別提)에까지 올랐다. 김두량은 산수, 인물, 풍속, 영모(翎毛) 등 ..

우리 옛 그림 2021.11.09

자기부정의 초상화

모든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의 ‘나’가 있다고 한다. 남이 보는 나, 내가 보는 나, 그리고 원래의 나가 있다는 것이다. 그 셋이 똑같이 맞아들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서로 다른 세 가지 정체성속에서 그때그때 어울리는 나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물론 정체성의 혼란으로 “나는 누구인가?”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흔히 사람들은 자기가 자신을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남이 나를 더 잘 아는 경우는 일상에서도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 또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고 어떻게든 그것을 감추려는 성향도 있다. 쎌카 사진에 뽀샵하는 심리도 마찬가지다. 平生好書畵 평생 서화를 사랑하였고 平..

우리 옛 그림 2021.11.01

십우도(十友圖)

흔히 친구와 벗은 같은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친구는 주로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벗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벗은 사람이 늘 가까이하여 심심함이나 지루함을 달래는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 이인문이 그린 라는 그림이 있다. 열 명의 친구나 벗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그림은 이인문 자신의 벗을 그린 것이 아니고 서직수(徐直修)라는 인물을 위하여 그린 것이다. 폭포가 있고 물이 흐르는 계곡 옆에 여섯 인물이 고동(古董)과 서화(書畫)를 놓고 둘러앉아 있다. 라고 했는데 넷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또 모여 앉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 답은 그림의 상단에 쓰인 제발(題跋)에 있다. 세상에 세 벗의 이로움을 얻은 이가 없는데 하물며 십우(十友)..

우리 옛 그림 2021.10.31

차(茶)와 신선

거리엔 cafe가 넘쳐나고 길을 걷는 젊은이들의 손에는 저마다 커피 잔이 하나씩 들려있다. 잠이 안 온다는 이유로 커피를 멀리하던 사람들이 꽤 있었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에 한잔이라도 카페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분위기다. 커피가 없던 시절, 우리의 선조들은 무엇을 마셨을까 생각하면 언뜻 차(茶)를 떠올리고 뒤이어 율무차, 인삼차, 쌍화차 같은 이름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율무차나 인삼차, 쌍화차는 차(茶)가 아니라 탕(湯)에 속했던 것이다. 차란 엄밀한 의미에서 차나무 잎을 우려내거나 끓여낸 물을 가리킨다. 차는 우리나라에 삼국시대 말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차와 술, 소채, 과일, 약 등의 일을 주관하는 관서(官署)로 ..

우리 옛 그림 2021.10.28

김홍도의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 2

도교(道敎)는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노자(老子)의 철학과 유교 의식, 불교 교리 등이 결합되어 탄생한 중국 고유의 종교이다. 이 도교의 한 기둥이 사람이 수행을 통해 불로장생(不老長生)하는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신선사상이다. 도교에는 수많은 신선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팔선(八仙)이라 불리는 신선들이 있다. 이 여덟 신선의 명단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明)대 이후에는 종리권(鍾離權), 여동빈(呂洞賓), 장과로(張果老), 한상자(韓湘子), 조국구(曹國舅), 이철괴(李鐵拐), 남채화(藍采和), 하선고(河仙姑)로 굳어졌다. 이들은 서로 간의 친분은 별로 없지만 흔히 군선도(群仙圖)에서는 함께 어울려 서왕모(西王母)의 잔치에 참석하러 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들 신선들은 오랜 기간 사람들의 생각 속에 ..

우리 옛 그림 202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