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도권은 〈추동전원행렵도권(秋冬田園行獵圖卷)>이다. ‘전원행렵도(田園行獵圖)’라는 소장품명은 이 도권에서 따온 것이다. 제목에 있는 대로 가을과 겨울 풍경을 담았다.
도권 앞쪽에 쓴 제발은 秋冬田園行獵勝會로 시작한다. ‘가을에 전원에 나들이 하고 겨울에는 사냥모임을 하다’는 의미일 듯하다. 이어서 歲仝甲年正春이라고 했다. ‘仝’자는 ‘同’자의 고자(古字)이다. 그래서 ‘仝甲年’은 <춘하도리원호흥도권>을 그렸던 같은 갑자(甲子)년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춘(正春)은 음력 2월을 가리킨다.
이어 仝書延慶堂內라고 하여 글은 같은 사람 즉, 일녕헌(日寧軒)이 연경당 내에서 썼다고 했다. 연경당은 창덕궁 내에 있는 민간 사대부 가옥형태로 지어진 건물이다. 109칸에 이르는 현재의 건물은 헌종과 고종 연간에 지어진 것으로 영조 때의 건물 모습은 아니다. 어쨌거나 영조 때에 궁궐 내에 있는 건물에서 썼다는 이유로 일녕헌(日寧軒)을 영조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
이어서 金德夏 圖采라고 했는데 김덕하는 김두량의 아들로 역시나 화원이었다. 앞의 <춘하도리원호흥도권>에서는 김두량이 도본을 그렸다고 했고 여기서는 김덕하가 도채(圖采)했다고 쓴 것으로 미루어 두 횡권의 기본 그림은 김두량이 그리고 김덕하는 채색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도권의 첫 번째 그림은 수렵 장면이다. 꿩, 노루, 토끼가 보인다.
이어서 선비 집안 풍경이 그려졌다. 마당에는 학이 노닐고 있는데 주인은 손님과 술잔을 나누고, 자녀들은 공부하고, 부녀자는 길쌈하고, 동자는 차를 끓이는 등 한가롭고도 평화로운 정경으로 채워졌다.
그림은 자연스럽게 추수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선비 집안의 한가로운 풍경과는 달리 농부들의 추수는 너나없이 바쁘다. 논에서는 벼를 베고, 부녀자들은 새참을 이어 나르고 집 마당에서는 거둔 곡식의 낟알을 터는 도리깨질이 한창이다. 그리고 이 모든 농촌의 생활모습이 fade-out되는 것처럼 그림의 마지막은 다시 자연 풍경으로 되돌아가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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