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삼기재(三奇齋) 최북 4

從心所欲 2021. 5. 17. 12:02

최북의 40 ~ 50대는 국내의 명승지를 찾아 여행하였던 시기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단양과 금강산을 방문했던 흔적이 그림으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최북이 진경산수화도 그렸다는 설명이 붙어 다니지만, 최북이 유람하던 중에 좋은 경치를 보고 그림을 그린 일이 있었다는 정도일 뿐이다.

 

<금강산전도>로 불리는 최북의 그림은 을해(乙亥)년에 그렸다는 관지가 있어 그가 44세이던 1755년에 금강산을 방문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에는 금강전면(金剛全面)이라고 적었다.

 

[최북 <금강산전도> 또는 <금강전면>, 50.7 x 60.7cm, 개인]

 

최북의 이 금강산 그림은 많이 옹졸해 보인다. 그림에서 금강산의 힘찬 기세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금강산 1만2천봉을 화폭에 다 담을 생각에 지레 겁을 먹어서 그랬는지 골산을 작게 그리면서 전체적으로 구성이 엉성해지고 공간도 남아도는 느낌이다. 인상적이지 않은 토산의 비중이 쓸데없이 커진 이유도 그래서 일 듯싶다.

아래는 이 그림보다 17년 뒤에 그려진 거의 같은 구도의 김응환이 그린 <금강전도>이다.

 

[김응환 <금강전도>, 지본담채, 26.8 x 35.7cm, 개인 ㅣ‘歲壬辰春 擔拙堂爲西湖 倣寫金剛全圖(임진년 봄에 담졸당이 서호를 위해 금강전도를 방작하다)’라는 제발을 통해 김응환이 1772년에 정선의 금강전도를 방(倣)하여 김홍도에게 그려준 그림이라 밝혔다. 서호(西湖)는 김홍도가 20대에 쓰던 호이다.] 

 

또 다른 금강산 그림인 <표훈사도(表訓寺圖)> 역시 <금강산전도>와 같은 시기에 그렸을 것으로 짐작되는 작품이다. 표훈사(表訓寺는 내금강 만폭동에 있는 사찰로, 유점사, 장안사, 신계사와 함께 금강산 4대 사찰로 꼽히는데 유일하게 지금까지 그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최북 <표훈사도(表訓寺圖)>, 지본담채, 38.5 x 57.5cm, 개인]

 

“일종의 평원산수법에 의해 먼 산과 가까운 산을 거의 동일선상에 묘사해 마치 산으로 들어갈수록 멀리 있는 높은 산들이 오히려 낮아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는 설명이 따라 다니는 그림이다. 높은 산들로 에워싸인 절과 다리의 경관이 볼수록 포근한데다, 간결하고 담백한 필치로 인하여 보기에도 즐거운 그림이다.

 

금강산에 앞서 최북은 조선후기에 서예로 이름을 높였던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를 따라 단양 일대를 유람한 적이 있었다.  38세 때인 1749년의 일이다. 그리고 계회도 형식의 <단구승유도(丹丘勝遊圖)>를 남겼는데, 최북이 도담(島潭) 삼봉에서의 뱃놀이 장면을 그리고 이광교는 그곳을 찾게 된 연유와 동행한 인물들의 이름을 적었다. 제발은 이광사가 예서로 썼다. 도보(道甫)는 이광사의 자(字)이다.

 

[<단구승유도(丹丘勝遊圖)>]

 

'己巳春季書于寒碧樓 月城崔埴有用來 與之同遊畵之

기사년 늦은 봄에 한벽루에서 쓰고 월성, 최식, 유용이 와서 함께 놀며 그리다.'

 

최식(崔埴)은 최북이 이름을 바꾸기 전의 이름이다. 그림에 찍힌 백문방인도 최식지인(崔埴之印)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본관, 이름, 자, 생년월일 순으로 적은 참석자 명단에는 최북의 이름이 빠져있다.

 

이 그림을 <단구승유도(丹丘勝遊圖)>라고 부르는 이유는 좀 아리송하다. 단구(丹丘)가 단양의 옛 지명과 어떤 연관이 있어서 쓴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신선(神仙)이 산다는 언덕’의 의미로 쓰여진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단구승유도>는 2015년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378호로 지정되었다.

 

최북이 진경산수화를 그렸다는 소개가 머쓱할 정도로 지금까지 알려진 최북의 진경산수화는 이것이 전부다.

최북은 생전에 "무릇 사람의 풍속도 중국 사람들의 풍속이 다르고 조선 사람들의 풍속이 다른 것처럼, 산수의 형세도 중국과 조선이 서로 다른데, 사람들은 모두 중국산수의 형세를 그린 그림만을 좋아하고 숭상하면서 조선의 산수를 그린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고까지 이야기하지만 조선 사람은 마땅히 조선의 산수를 그려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한다.

 

 

참고 및 인용 :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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