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하루는 길고도 길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대경이 읊은 산에 사는 즐거움은 계속 이어진다.
【弄筆窗間 隨大小作數十字 창가에 앉아 글씨를 쓰되 크고 작은 글씨 수십 자를 써보기도 하고
展所藏法帖 墨跡 畵卷 縱觀之 간직한 법첩(法帖), 묵적(墨跡), 화권(畵卷)을 펴놓고 마음껏 보다가
興到則吟小詩 或艸玉露一兩段 흥이 나면 짤막한 시도 읊조리고 옥로시 한 두 단락 초(草)를 잡기도 하네.】
【再烹苦茗一杯 出步溪邊 다시 쓴 차 달여 한 잔 마시고 집밖으로 나가 시냇가를 걷다가
邂逅園翁溪友 問桑麻說秔稻 밭둑의 노인이나 냇가의 벗과 만나 뽕나무와 삼베 농사를 묻고 벼농사를 얘기하네.
量晴校雨 探節數時 相與劇談半餉 날이 개거나 비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 주고받다가】
드디어 산속의 하루도 저물어간다.
【歸而倚杖柴門之下 則夕陽在山 지팡이에 의지하여 돌아와 사립문 아래 서니 석양은 서산에 걸려 있어
紫翠萬狀 變幻頃刻 恍可人目 자줏빛과 푸른빛이 만 가지 형상으로 문득 변하여 사람의 눈을 황홀하게 하네.】
<산거(山居)>의 마지막 부분이다.
【牛背篴聲 兩兩來歸 소잔등에서 피리 불며 짝지어 돌아올 때면
而月印前溪矣 떠오른 달은 앞 시내에 그 모습 드러내네.】
우배적성(牛背篴聲)은 ‘소잔등위의 피리소리’이고 적성래귀(篴聲來歸)는 ‘피리소리와 함께 돌아오다’이다. 그림 제목은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 마음대로이다.
산 속의 긴 하루는 냇물에 비치는 교교한 달빛 속에 들려오는 목동의 피리소리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여유롭고 한가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뉘라서 동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대경의 시가 수백 년을 넘어 전해지고 그림으로 그려진 이유일 것이다.
'우리 옛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재망성도(山齋望星圖) (0) | 2021.06.18 |
---|---|
부채그림 (0) | 2021.06.14 |
산거(山居) 시의도(詩意圖) 1 (0) | 2021.06.06 |
칠보산 유람 시화첩 - 북관수창록 (0) | 2021.05.28 |
삼기재(三奇齋) 최북 5 (0) | 2021.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