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록(閑情錄)」은 허균이 중국 서적에 나오는 ‘은거(隱居)’에 대한 글들을 16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글이다. 유사(幽事)는 10번째 주제로 허균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한가한 곳에서 혼자 살면서 담박하게 아무것도 구하지 않아도 일상 생활하는 일이야 그 일을 당하면 역시 하게 된다. 그러므로 제10 ‘유사(幽事)’로 한다.” ● 산림(山林) 선비들의 교제는 저자나 조정 사람들과는 다르다. 예절은 간략함을 귀중히 여기고, 말은 정직함을 귀중히 여기고, 숭상하는 바는 청렴함을 귀중히 여긴다. 착한 일은 반드시 서로 추천하고 과오는 반드시 서로 규계(規戒)하고, 질병은 반드시 서로 구료(救療)한다. 편지[書尺]에는 반드시 정직하게 사실을 말하며, 호칭(呼稱)은 아호(雅號)나 자[表字]를 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