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록(閑情錄)」은 허균이 중국 서적에 나오는 ‘은거(隱居)’에 대한 글들을 16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글이다. 현상(玄賞)은 13번째 주제로 허균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옛날에 고인(高人)이나 운사(韻士)는 풍류(風流)를 서로 감상하거나 문예(文藝)로써 스스로 즐겼다. 그러므로 서화(書畫)나 거문고 타기, 바둑 등 여러 가지 고상한 놀이는 사람의 성미(性味)에 맞아 근심을 잊어버릴 수 있는 도구(道具)로서 없앨 수 없다. 따라서 제13 ‘현상(玄賞)’으로 한다.” ● 구양 솔경(歐陽率更 : 구양순(歐陽詢))이 길을 가다가 고비(古碑)를 발견하였는데, 이 비는 바로 색정(索靖)의 글씨였다. 구양순은 말을 세우고 한참 동안 그 비를 관찰한 다음 떠나 수백 보(步)를 갔다가 되돌아와서는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