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2

허균 24 - 한정록(閑情錄) 유흥(遊興) 2

「한정록(閑情錄)」은 허균이 중국 서적에 나오는 ‘은거(隱居)’에 대한 글들을 16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유흥(遊興)은 5번째 주제로 허균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산천(山川)의 경치를 구경하여 정신을 휴식시키는 것은 한거(閑居) 중의 하나의 큰 일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제5 ‘유흥(遊興)’으로 한다.” ● 왕면(王冕)이 큰 눈이 내린 뒤 맨발로 잠악봉(潛嶽峯)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외쳤다. “온 천지가 모두 백옥(白玉)처럼 변해서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해맑게 만드는구나. 이대로 신선이 되어 떠나가고만 싶다.” 《옥호빙(玉壺氷)》 ● 왕인(王寅)은 불교에 대한 얘기를 즐겨 일찍이 불제자(佛弟子)의 예(禮)를 행한 적이 있었다. 고봉선사(高峯禪師)를 만나 예를 올리고 꿇어앉아..

우리 선조들 2021.09.16

연암 박지원 28 - 하풍죽로

박종채는 아버지가 평소 소실을 둔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생을 가까이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지방 수령으로 있을 때에 노래하는 기생이나 가야금을 타는 기생이 늘 옆에서 벼루와 먹 시중을 들거나 차를 만들어 올리고 수건과 빗을 받들거나 산보할 때 수행하면서 집안 식구나 다름없이 함께 지냈지만 한 번도 마음을 준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지원의 처남인 지계공은 “매양 술이 거나해지고 밤이 깊어 등잔불이 가물가물하면 담소는 한창 무르익고 앞자리의 기생들은 구성지게 노래를 불렀었지. 이즈음 사람들은 바야흐로 신이 나고 흥이 고조되었는데, 공(公)은 때때로 근엄한 낯빛에 엄숙한 목소리로 기생들을 그만 물러가게 하곤 했어. 그러면 사람들은 흥이 싹 식고 말았지. 그러나 공께서 왜 그러시는지는 알 수 없었는..

우리 선조들 202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