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록(閑情錄)」은 허균이 중국 서적에 나오는 ‘은거(隱居)’에 대한 글들을 16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글이다. 광회(曠懷)는 9번째 주제로 허균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장부(丈夫)의 처세(處世)는 마땅히 가슴이 탁 트이도록 가져야 하니, 상황에 따라 마음을 크게 먹고 순리(順理)로써 스스로를 억제하면 인품(人品)이 고상하게 되기를 바라지 않더라도 자연 고상하게 된다. 그러므로 제9 ‘광회(曠懷)’로 한다.” ● 조화옹(造化翁)이 사람에게 공명(功名)과 부귀(富貴)를 아끼지는 않으나 ‘한가한 것[閒]’만은 아낀다. 천지 사이에는 천지 운행의 기틀[機]이 발동하여 돌고 돌아 한 순간도 정지하는 때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천지도 한가할 수 없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 서랴. 그러므로 높은 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