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록(閑情錄)」은 허균이 중국 서적에 나오는 ‘은거(隱居)’에 대한 글들을 16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글이다. 아치(雅致)는 6번째 주제로 허균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한정(閑情)을 좋아하는 선비의 뜻은 자연히 달라서, 속인(俗人)은 비웃고 고인(高人)은 찬탄한다. 그러므로 이것을 제6 ‘아치(雅致)’로 한다.” ● 유여려(兪汝礪)가 말하였다. “부귀(富貴)를 누리는 선비는 강산(江山)이나 송죽(松竹)의 즐거움에 뜻을 두지 못하고, 산천(山川)ㆍ괴기(怪奇)ㆍ연운(煙雲)ㆍ죽석(竹石)ㆍ시주(詩酒)ㆍ풍월(風月)은 오직 세상을 만나지 못한 사람만이 비로소 그 즐거움을 독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천지 사이에 있는 웅위(雄偉)하고 범상치 않는 곳은 하늘이 어진 사람에게 주어 그들의 우울한 생각을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