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불가의 같고 다름의 변[儒釋同異之辨] 선유(先儒)가 이르기를, “유가(儒家)와 석씨(釋氏)의 도(道)는 문자의 구절(句節) 구절은 같으나 일[事]의 내용은 다르다.” 하였다. 이제 또 이로써 널리 미루어 보면, 우리(유가(儒家))가 허(虛)라고 하고, 저들(불가(佛家))도 허라 하고, 우리가 적(寂)이라 하고 저들도 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허(虛)는 허하되 있는 것이요, 저들의 허는 허하여 없는 것이며, 우리의 적(寂)은 적하되 느끼는 것이요, 저들의 적은 적하여 그만 끝나는 것이다. 우리는 지(知)와 행(行)을 말하고, 저들은 오(悟)와 수(修)를 말한다. 우리의 지는 만물의 이치가 내 마음에 갖추어 있음을 아는 것이요, 저들의 오(悟)는 이 마음이 본래 텅 비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