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3

꽃을 보는 마음

겨울의 우중충한 색을 벗겨낸 것만으로도 봄에 피는 꽃은 어떤 꽃이라도 아름답다. 개개의 꽃 모양을 떠나서 그냥 지닌 색깔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다. 꽃은 누구에게나 예쁘게 보이겠지만, 꽃을 보는 농사꾼의 마음은 조금 더 복잡하다. 농사꾼은 꽃이 많이 피는지 적게 피는지를 두고 걱정을 한다. 과수에서는 꽃이 곧 열매이고 미래의 소득이기 때문이다. 꽃이 적으면 결실이 적어질 것을 걱정하고 많으면 적정 수의 꽃을 남기고 꽃을 따버려야 하는 손의 수고가 걱정이다. 친구네 과수원에도 꽃이 피었다. 살구가 제일 먼저 꽃을 피웠다가 떨어지고 체리에 이어 지금은 사과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산골에다 지대도 높아 평지보다는 꽃이 늦는 편이다. 작년에는 꽃이 많이 피었지만 5월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바람에 나무가 냉..

사과 공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간간이 친구네 과수원에 불려 다닌 지가 벌써 4년째다. 그런데도 아직 사과 종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관심이 없어서일 것이다. 비교적 이름이 익숙한 아오리나 부사도 먹을 때 색깔로 어림짐작하는 수준이라, 과수원에 열린 사과를 보고 품종을 알아낼 실력이 없다. 그래서 아오리를 따야 하는데 아직 익지도 않은 다른 품종의 사과를 따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4년이나 드나들면서도 여전히 친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처지가 민망해서, 올해는 꼭 잘 기억하리라 다짐을 하며 열심히 머릿속에 저장중이지만, 겨우내 잊고 있던 나무들을 내년에 다시 본다고 해서 제대로 알아볼 것 같지는 않다. 친구네 과수원엔 사과 품종이 많다. 아오리나 홍로, 부사와 같이 익숙한 이름부터 썸머킹, 시나노스위..

버려야 얻는다.

산의 야생 열매들이 고르지 않고 크기도 작은 것은 돌봄을 받지 못해서이다. 그런 자연현상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상품으로 팔아야 하는 과일들이 그런 열매를 맺게 되면 농사는 망친 것이다. 과일은 무작정 많이 열리는 것보다 열린 과일의 품질이 중요하다. 아무리 많이 열리더라도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이 역시 농사를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 좋은 열매를 맺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 농부가 하는 일이다. 나무의 뿌리를 통하여 공급되는 영양분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나무에 달린 열매가 많으면 분배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잘 받아먹어 튼실하게 자라는 놈이 있는가 하면 못 얻어먹어 자라다 말기도 하고 병이 드는 놈들도 있다. 그래서 농부는 나무에 달린 열매가 튼실하게 자라도록 하는 일에 앞서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