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꽃을 보는 마음

從心所欲 2022. 4. 30. 08:26

겨울의 우중충한 색을 벗겨낸 것만으로도 봄에 피는 꽃은 어떤 꽃이라도 아름답다. 개개의 꽃 모양을 떠나서 그냥 지닌 색깔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다.

 

 

 

 

 

 

꽃은 누구에게나 예쁘게 보이겠지만, 꽃을 보는 농사꾼의 마음은 조금 더 복잡하다. 농사꾼은 꽃이 많이 피는지 적게 피는지를 두고 걱정을 한다. 과수에서는 꽃이 곧 열매이고 미래의 소득이기 때문이다. 꽃이 적으면 결실이 적어질 것을 걱정하고 많으면 적정 수의 꽃을 남기고 꽃을 따버려야 하는 손의 수고가 걱정이다.

 

친구네 과수원에도 꽃이 피었다. 살구가 제일 먼저 꽃을 피웠다가 떨어지고 체리에 이어 지금은 사과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산골에다 지대도 높아 평지보다는 꽃이 늦는 편이다. 작년에는 꽃이 많이 피었지만 5월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바람에 나무가 냉해를 입어 농사에 피해가 컸었다. 지금 봄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는 것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 이유다. 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꽃에 수정이 제대로 되는지도 걱정이다.

이래저래 농사꾼의 마음은 예쁜 꽃 앞에서도 편할 날이 없다.

 

[살구꽃]

 

 

[체리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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