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아카시아 꽃 필 때

從心所欲 2022. 5. 20. 13:01

 

 

 

산마다 아카시아 꽃이 한창이다.

얼핏 보기엔 소나무로 뒤덮인 듯한 산처럼 보여도 꽃이 필 때면 아카시아의 질긴 생명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재로서의 가치도 별로 없고 어린나무의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본 기억들 때문에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나무지만, 산벚나무에 이어 봄의 산을 파스텔 색깔로 아름답게 물들이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이 나무의 원이름은 아까시나무라고 한다. 아카시아(Acacia)는 원래 원산지가 열대지방의 나무이고 지금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나무들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라고 한다. 영어 이름도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의 false acasia이다.

1900년대 초에 황폐해진 산림의 복구용으로 들여와 전국에 식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뽑고 잘라도 끊임없이 잘 번지는 탓에, 한때는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산을 망가뜨리려고 일부러 산에다 이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카시아는 한국동란으로 파괴된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도 그 뛰어난 생명력을 자랑하며 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의 산림을 비옥하고 푸르게 만드는데 큰 공을 세운 나무이다. 지금은 국토의 수종갱신 계획에 따라 아카시아를 베어내고 자작나무를 심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머지않아 산에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의 모습이 귀한 볼거리 변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봄날 아카시아 꽃의 그 황홀한 내음도, 예전에 한때 유명했던 아카시아 껌처럼 추억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신세가 되고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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