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록(閑情錄)」은 허균이 중국 서적에 나오는 ‘은거(隱居)’에 대한 글들을 16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글이다. 임탄(任誕)은 8번째 주제로 허균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세속의 울타리를 벗어난 선비의 소행(所行)은 마음대로여서 법도(法度)가 없지만, 그 풍류(風流)와 아취(雅趣)는 속진(俗塵)을 씻거나 더러움을 맑게 하기에 족하다. 그러므로 제8 ‘임탄(任誕)’으로 한다. ● 혜강(嵇康)ㆍ완적(阮籍)ㆍ산도(山濤)ㆍ유령(劉伶)이 죽림(竹林)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왕융(王戎)이 늦게 왔다. 보병(步兵 : 완적(阮籍)의 별칭)이 말하기를, “속물(俗物)이 또 와서 흥(興)이 깨졌다.” 하니, 왕융은 웃으며 말하였다. “경배(卿輩)들도 흥이 깨질 때가 있는가?” 《세설신어(世說新語)》 ▶ 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