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안목은 없어도 전부터 수묵산수화를 보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고 기분이 좋아졌었다. 반면 다른 우리 옛 그림은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다 오주석 선생의 해설을 접하면서부터 시큰둥하게 봐왔던 그림들의 진가에 대해 조금이나마 눈이 뜨이게 되었다. 여기 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1.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는 그림이라는데 얼핏 보기에는 너무 평범해서 이 그림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알 수가 없었다. 역시 모르면 보이지 않는 법인가 보다. 이 그림에 대한 오주석2 선생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봄날 점잖은 선비가 말구종 아이를 앞세워 길을 나섰다. 단출한 차림새지만 복건에 챙 넓은 갓을 써서 턱 아래 반듯이 묶고, 도포는 옷고름과 술띠3를 낙낙하게 드리워 멋을 냈다. ‘선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