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의 선과 교의 변[佛氏禪敎之辨] 불씨의 설이 그 최초에는 인연(因緣)과 과보(果報)를 논(論)하여 어리석은 백성을 속이고 꾀는 데 불과한지라, 비록 허무를 종(宗)으로 삼아 인사(人事)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선을 행하면 복을 얻고 악을 행하면 화를 얻는다는 설은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장하며, 몸가짐을 계율(戒律)에 맞춤으로써 방사(放肆)해지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게 하였었다. 그러므로 인륜은 비록 저버렸으면서도 의리를 모두 상실하지는 않았다. ▶방사(放肆) :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구는 것. 그런데 달마(達摩)가 중국에 들어와서는 그의 설이 얕고 비루(卑陋)하여 고명(高明)한 선비들을 현혹시킬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닫고서 이에 말하기를, “문자에도 의존하지 않고 언어의 길도 끊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