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2

꽃을 보는 마음

겨울의 우중충한 색을 벗겨낸 것만으로도 봄에 피는 꽃은 어떤 꽃이라도 아름답다. 개개의 꽃 모양을 떠나서 그냥 지닌 색깔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다. 꽃은 누구에게나 예쁘게 보이겠지만, 꽃을 보는 농사꾼의 마음은 조금 더 복잡하다. 농사꾼은 꽃이 많이 피는지 적게 피는지를 두고 걱정을 한다. 과수에서는 꽃이 곧 열매이고 미래의 소득이기 때문이다. 꽃이 적으면 결실이 적어질 것을 걱정하고 많으면 적정 수의 꽃을 남기고 꽃을 따버려야 하는 손의 수고가 걱정이다. 친구네 과수원에도 꽃이 피었다. 살구가 제일 먼저 꽃을 피웠다가 떨어지고 체리에 이어 지금은 사과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산골에다 지대도 높아 평지보다는 꽃이 늦는 편이다. 작년에는 꽃이 많이 피었지만 5월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바람에 나무가 냉..

봄이 오면...

또 다시 봄비가 내린다. 날은 아직 포근하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럼에도 초목은 굳세게 매일매일 다른 색깔로 바뀌어간다. 봉오리만 맺혔던 살구나무가 꽃을 활짝 피워 온통 엷은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비구름에 잠긴 풍경은 지나온 날들의 온갖 감상을 떠올리게 하지만 빗방울이 양철통에 부딪히며 내는 맑은 소리는 지나간 날은 지나간 것이라 말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위로가 되고 더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는 희망을 떠오르게 해주는 봄비였으면 좋겠다. 나무도 겨울의 추위와 바람 속에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이렇게 다짐했을 것이다. “봄이 오면 ... 봄이 오면!”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한다. 매일의 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세상에 쓸데 없는 일이란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