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혹시 그림의 작가가 누구고 그림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그림을 적어도 한번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숙종 때의 문인화가였던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 ~ 1715)의 자화상이다.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매섭고 강렬한 눈매에 섬뜩한 기분이 들어 얼른 시선을 돌리고 싶게 만드는 그림 속 주인공은 성리학은 물론 천문, 지리에서 의학, 음악, 공장(工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박학다식했던 인물이다. 그림이 기괴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이 그림이 미완성작인데다 유탄(柳炭)으로 그린 부분이 세월이 지나면서 지워진 때문이다. 윤두서는 해남(海南) 윤씨 집안의 종손으로 윤선도(尹善道)의 증손자이자 정약용의 외증조부이기도 하다. 해남 윤씨는 윤선도 이래 전통적인 남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