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2

허균 19 - 한정록(閑情錄) 한적(閒適) 2

● 낙성(洛城) 안팎 60~70리 사이의 모든 도관(道觀)과 불사(佛寺)와 고적지(古跡址)와 별장 가운데 천석(泉石)이나 화죽(花竹)이 있는 곳은 놀아보지 않은 데가 없고, 좋은 술과 거문고가 있는 인가(人家)는 들러보지 않은 데가 없고, 도서(圖書)와 가무(歌舞)가 있는 곳은 구경하지 않은 데가 없다. 낙천(洛川)의 수재(守宰)로부터 포의가(布衣家)에 이르기까지 연유(宴遊 : 잔치를 베풀어 즐겁게 놂)할 일로 부르는 자가 있으면 또한 때때로 찾아갔다. 매양 좋은 계절, 좋은 경치나 혹은 눈 내린 아침, 달뜨는 저녁에 호사자(好事者)들이 서로 찾아올 때면, 반드시 그들을 위해 먼저 술항아리를 꺼내 마시고 다음엔 시 상자[詩篋]를 열어 놓고 읊으며, 술이 이미 거나해지면 이내 거문고를 가져다가 궁성(宮聲)..

우리 선조들 2021.09.02

허균 18 - 한정록(閑情錄) 한적(閒適) 1

● ‘한(閒)’ 자의 자의(字義)에 대하여 어떤 이는 달[月]이 대문(大門) 안에 들이비치는 것이 바로 한(閒) 자라고 한다. 옛날에는 모두 문(門) 안에 일(日)을 넣은 간(間) 자와 같이 보아 왔지만, 그 음(音)만은 달리 쓰이는 경우가 있다. 아무튼 한가로움이란 저마다 얻기 어려운 것이다. 이를테면 두목지(杜牧之)의 시(詩)에, 不是閒人閒不得 한인(閒人)이 아니고야 한가로움을 얻을 수 없으니 願爲閒客此間行 이 몸이 한객(閒客) 되어 이 속에 놀고파라 하였다. 이에 오흥(吳興 : 지금의 복건성(福建省) 포성현(浦城縣))에 한정(閒亭)을 건립하였다. 나는 본시 한가로움을 무척 좋아하면서도 한가로운 가운데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여 시(詩)를 짓고 술[酒]을 마련하거나 꽃나무를 가꾸고 새[禽]들을 길들이는..

우리 선조들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