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정도전이 중국의 《주례(周禮)》와 《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치국의 대요와 제도 및 그 운영 방침을 정하여 조선(朝鮮) 개국의 기본 강령(綱領)을 논한 규범 체계서(規範體系書)로 후에 조선 법제의 기본을 제공한 글이다.
내용은 먼저 총론으로 정보위(正寶位)ㆍ국호(國號)ㆍ정국본(定國本)ㆍ세계(世系)ㆍ교서(敎書)로 나누어 국가 형성의 기본을 논하고, 이어 동양의 전통적인 관제(官制)를 따라 육전(六典)의 담당 사무를 규정하였다.
육전(六典)은 ‘국무(國務)를 수행하는 데 근거가 되는 6조(曹)의 법전’을 의미한다. 통상
이전(吏典) · 호전(戶典) · 예전(禮典) · 병전(兵典) · 형전(刑典) · 공전(工典)을 말한다. 육전이란 말은 원래 《주례(周禮)》에서 나온 말로, 주(周)나라 때는 치(治) ·예(禮) ·교(敎) ·정(政) ·형(刑) ·사(事)의 6전으로 되어있었다. 정도전은 이를 치전(治典)ㆍ부전(賦典)ㆍ예전(禮典)ㆍ정전(政典)ㆍ헌전(憲典)ㆍ공전(工典)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부전(賦典) : 재정경제(財政經濟)에 관한 법전.
<총서(總序)>
부(賦)라는 것은 군국의 수요를 총칭하는 말이다. 이를 구분해서 말하면, 나라에 쓰는 것을 전곡(錢穀)이라 한다. 그러므로 치전에서 이미 그 출납의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백성으로부터 수취하는 것을 부(賦)라 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부가 나오는 세목에 대하여 설명하려 한다.
주군(州郡)ㆍ판적(版籍)이란 부의 소출이요, 경리(經理)란 부의 통제이며, 농상(農桑)이란 부의 근본이요, 부세(賦稅)란 부의 헌납이요, 조운(漕運)이란 부의 수송이요, 염(鹽)ㆍ철(鐵)ㆍ산장(山場)ㆍ수량(水梁)ㆍ공장세(工匠稅)ㆍ상세(商稅)ㆍ선세(船稅)는 보조이며, 상공(上供)ㆍ국용(國用)ㆍ녹봉(祿俸)ㆍ군자(軍資)ㆍ의창(義倉)ㆍ혜민전약국(惠民典藥局)이란 부의 소용인 것이요, 견면(蠲免)이란 부의 완화인 것이다.
▶판적(版籍) : 호적(戶籍).
▶경리(經理) : 일을 경영하고 관리함.
▶의창(義倉) : 흉년에 궁민(窮民)을 구제할 목적으로 비상 곡식을 저축하는 제도.
▶견면(蠲免) : 조세, 벌금, 노역 등을 면제해 주는 것.
부의 소출임을 안다면 민생을 후하게 하지 아니할 수 없고, 주군을 다스리지 않을 수 없으며, 판적을 상세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의 통제인 것을 안다면 경리를 올바르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의 수송인 것을 안다면 백성들의 힘을 피곤하게 할 수 없고, 조운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부의 근본임을 안다면 농상을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부의 보조인 것을 안다면 과세법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부의 소용인 것을 안다면 출납을 조절하지 않을 수 없다. 부의 완화인 것을 안다면 백성들의 재산을 모조리 수탈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토지가 있고 인민이 있은 뒤에 부를 얻을 수 있고, 덕이 있은 뒤에 그 부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大學)》의 전(傳)에,
“덕이 있으면 이에 인민이 있고, 인민이 있으면 이에 토지가 있고, 토지가 있으면 이에 재물이 있고, 재물이 있으면 이에 용도가 있다.”하였다.
신(臣)은 덕으로써 부전(賦典)의 근본을 삼는다.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김동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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