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병풍

병풍 28 - 군선도(群仙圖)

從心所欲 2021. 1. 1. 10:21

군선도(群仙圖) 또는 팔선도(八仙圖)는 8명의 신선이 서왕모의 요지연(瑤池宴)에 참석하기 위하여 각자의 지물(持物)을 갖고 바다를 건넜다고 하는 ‘팔선과해 각현신통(八仙過海 各顯神通)’의 고사로부터 나온 도상(圖像)이다. 중국 원(元)나라 때부터 그려졌다고 한다.

팔선도(八仙圖)라고 하더라도 통상 팔선(八仙) 외에 다른 신선들도 같이 그려지기 때문에 군선도(群仙圖)라고도 부른다.

 

[<팔선도 8폭 병풍(八仙圖八幅屛)>, 견본채색, 156 x 300cm, 국립민속박물관]

 

팔선(八仙)은 명(明)대 이후에 종리권(鍾離權), 장과로(張果老), 한상자(韓湘子), 조국구(曹國舅), 여동빈(呂洞賓), 이철괴(李鐵拐), 남채화(藍采和), 하선고(河仙姑)로 굳어졌다. 이들 팔선은 도교의 다른 신선들과는 달리 장군, 황제의 친척, 걸인, 도사 등의 신분으로부터 신선이 된 까닭에 각기 인간세계에서의 고사(古事)들이 전해진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여러 이야기가 덧붙여진 것들이 많아 서로 상반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내용들이 많다.

 

종리권(鍾離權)은 동한(東漢) 때의 무장(武將)으로 벼슬은 대장군을 지냈다. 싸움에 패하여 쫓기다 종남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 도복을 입었지만 가슴과 배를 드러낸 모습으로 그려지고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는 파초선(芭蕉扇)을 들고 있다. 팔선 중의 우두머리로서 여동빈에게 도를 전한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여동빈(呂洞賓)은 당나라 때의 벼슬아치로 나이 들어 종리권을 만나 득도하여 신선이 되었다. 종리권으로부터 불로장생의 묘약인 '용호금단(龍虎金丹)'을 만드는 방법이 씌어 있는 책과 악령을 퇴치하는 '천둔(天遁)의 검법(劍法)'을 전수받아 서민들의 수호신이 되었다. 화양건(華陽巾)을 쓰고 검을 들거나 메고 다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장과로(張果老)는 당나라 때 이미 1,000살이 넘었을 정도로 장생(長生)의 비술(秘術)을 익힌 선인이다. 동안(童顏)에 은색의 수염을 휘날리며 하루에 천리를 가고, 먹지 않아도 목마르지 않으며, 항상 작은 당나귀를 거꾸로 타고 다닌다. 갖고 다니는 어고(魚鼓)로는 인생을 점칠 수 있다고 한다.

 

한상자(韓湘子)는 당나라 때의 대문장가이자 당송팔대가로 꼽히는 한유(韓愈)의 조카로 전해진다. 그는 전생의 지혜를 갖고 태어나 어느 책이든 한번 보기만 하면 그것을 암송하는 것은 물론 오묘한 이치까지도 꿰뚫었다. 그래서 그의 젊은 시절은 독서를 하지 않고 음주만 즐기며 방탕했던 것으로 묘사된다. 피리를 부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그의 피리[笛子]는 만물을 소생하게 한다.

 

이철괴(李鐵拐)는 수(隋)나라 사람이라는 설도 있고 노자를 따라 수행하여 도를 얻었다는 설도 있다. 여섯 마리의 양이 끄는 하늘을 나는 수레를 타고 천하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교화하면서 삼백년간 세상에 머문 뒤 그 후로는 숨어 나타나지 않았다고도 하고, 시장에서 늘 구걸하면서 지내는 까닭에 사람들이 모두 그를 천하게 여겼는데, 어느 날 쇠지팡이를 공중으로 내던지자 쇠지팡이가 용으로 변하여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설도 있다.

중생을 구제하는 장춘(長春)이라는 약이 담긴 호리병을 어깨에 메거나 손에 든 늙은 거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선고(河仙姑)는 팔선 중 유일한 여신선이다. 당나라 사람으로 이철괴와 남채화로부터 벽곡의 비결을 전수받아 천도(天桃) 하나를 먹고 난 뒤부터 배고프거나 목마르지도 않게 되었다. 젊고 아름다운 궁장여인의 모습으로 항상 손에 연꽃을 들고 있으며, 그 연꽃은 사람들의 몸을 닦고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남채화(藍采和)는 상고시대에 황제(黃帝)의 음률을 담당하는 신하였으나 인간세계로 오게 되었다는 당나라 말기의 인물이다. 여름에는 솜옷을 입고 겨울에는 얇은 옷을 입은 채 눈 위에 누워 잠을 잤다. 한쪽에는 신발, 다른 한쪽은 맨발을 하고 거지 형상으로 커다란 상을 들고 다니면서 동냥을 다니다가 돈이 생기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 노래 부르기와 박판(拍板) 두드리기를 즐겼으며 우스갯소리도 잘했다. 어느 날 주루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문득 하늘에서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웬 선학(仙鶴) 한 마리가 날아오자, “왔구나! 왔구나!” 하며 크게 박수치며 웃더니 선학에 올라타고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꽃바구니를 들고 있는 여장 남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꽃바구니는 천지신명과 통한다고 한다.

 

조국구(曹國舅)는 팔선의 막내다. 송나라 인종(仁宗)의 계후(繼后)의 동생이라고 하며, 동생이 저지르는 악행을 보다 못해 집안의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심산에 은거하여 수행하다 종리권과 여동빈을 만나 신선이 되었다. 환경을 정화시킨다는 운양판(雲陽板), 또는 옥판(玉板), 음양판 등으로 불리는 것을 들고 다니거나 관복 차림에 죽은 사람을 살리는 딱따기를 든 모습으로 그려진다.

 

전하는 군선도 중에는 호암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김홍도 필 군선도팔곡병>이 가장 유명하다. 원래는 8폭의 연결된 병풍그림이었으나 지금은 8폭이 3개의 족자로 분리되어 있다고 한다.

 

[<김홍도 필 군선도팔곡병>, 지본채색, 모두 연결한 상태에서 132.8 x 575.8㎝, 호암미술관]

 

아래 <작가미상 해상군선도 8폭병풍>은 김홍도 작품으로 알려져 왔었으나, 뒤에 김홍도 화풍을 따른 19세기 전반 작품으로 수정되었다. 원래 편화 상태였으나 현재는 8폭 병풍으로 장황되었다고 한다.

 

[<작가미상 해상군선도 8폭병풍(作家未詳 海上群仙圖 八幅屛風)>, 견본채색, 각 폭 150.3 x 48.2cm (1,8폭은 51.5cm), 국립중앙박물관]

 

주요 인물에 붉은 색으로 이름이 표기되어 있지만, 도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인물 표시는 후대에 표기한 것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작가미상 해상군선도 8폭병풍> 중 1,2폭, 국립중앙박물관]

 

제1폭 : 두목지(杜牧之), 종리권(鍾離權)

제2폭 : 이태백(李太白), 고점리(高漸離), 한상자(韓湘子), 철괴선생(鐵拐先生)

 

[<작가미상 해상군선도 8폭병풍> 중 3,4폭, 국립중앙박물관]

 

제3폭 : 적송자(赤松子), 동왕공(東王公), 남채화(藍采和)

제4폭 : 백석생(白石生), 동방삭(東方朔), 태상노군(太上老君), 윤희(尹喜), 이팔백(李八百)

 

[<작가미상 해상군선도 8폭병풍> 중 5,6폭, 국립중앙박물관]

 

제5폭 : 광성자(廣成子), 손등(孫登), 여동빈(呂洞賓), 유자선(柳子仙)

제6폭 : 안기생(安期生), 청조공(靑烏公)

 

[<작가미상 해상군선도 8폭병풍> 중 7,8폭, 국립중앙박물관]

 

제7폭 : 황초평(黃初平), 장과로(張果老)

제8폭 : 하선고(何仙姑), 마고선(麻姑仙)

 

[<파상군선도병풍(波上群仙圖屛)>, 10곡병풍, 견본채색, 135.3 x 418.4cm, 국립중앙박물관]

 

아래 <필자미상 해상군선도(筆者未詳海上群仙圖)>는 장황되지 않은 편화(片畵) 상태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도상이 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팔선도 8폭 병풍(八仙圖八幅屛)>과 매우 유사하다. 같은 범본을 사용하여 그리면서 배치와 채색을 다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미상 해상군선도> 中 , 편화상태, 90.9 x 43.6cm, 국립중앙박물관]

 

[<필자미상 해상군선도(筆者未詳海上群仙圖)> 中 , 편화상태, 112.7 x 43.6cm, 국립중앙박물관]

 

[<필자미상 해상군선도> 中 , 편화상태, 90.9 x 43.6cm, 국립중앙박물관]

 

[<필자미상 해상군선도> 中 , 편화상태, 112.7 x 43.6cm, 국립중앙박물관]

 

[<필자미상 해상군선도> 中 , 편화상태, 112.7 x 43.6cm, 국립중앙박물관]

 

[<필자미상 해상군선도> 中 , 편화상태, 112.7 x 43.6cm, 국립중앙박물관]

 

[<필자미상 해상군선도> 中 , 편화상태, 112.7 x 43.6cm, 국립중앙박물관]

 

 

 

참고 및 인용 : 한국민속예술사전(국립민속박물관), 국가급 중국문화유산총람(2010. 황매희),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