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병풍

병풍 29 -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從心所欲 2021. 1. 2. 16:14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는 여러 모양으로 도안된 ‘목숨 수(壽)’ 자와 ‘복 복(福)’ 자를 반복해서 구성하여 화면을 채운 도안이다. 통상의 백수백복도는 두 글자가 종횡으로 열을 맞추어 반복해서 그려진다. 백수백복(百壽百福)의 ‘일백 백(百)’자 역시 꼭 100이란 숫자 의미보다는 ‘온갖’이나 ‘많다’는 의미를 갖는다. 백수(百壽), 백복(百福)은 장수와 다복을 상징한다.

이 도상은 애초에 중국에서 그림 속에 목숨 수(壽)자를 크게 한 자 쓰고, 그 안에 다시 수(壽)자를 작게 100자 써서 길상의 뜻으로 삼은 백수도(百壽圖)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한다.

조선에서는 《광해군일기》광해 2년(1610년) 4월 16일자 기사에 처음 백수도(百壽圖)라는 말이 등장한다.

 

【남평(南平) 현감 조유한(趙維韓)이 백수도(百壽圖)를 바치면서 상소하였는데, 그 대략에,

"신은 옛날 계사년 겨울에 외람되게도 강관(講官)이 되어 서연(書筵)에서 모셨었습니다. 학가(鶴駕)가 전주(全州)에 머물고 계실 적에 중국의 장관(將官) 한 사람이 신에게 백수도 1폭을 주었는데, 신은 고인(古人)들의 문자 제작의 신기함에 감탄하고 백수도의 정교한 구성을 감상하였었습니다. 이제 우리 전하께서 새로 보위(寶位)에 오르셨고 탄신일도 임박하였으니, 무궁토록 튼튼한 기초를 열고, 천년 장수를 다지는 것이 바로 오늘에 달렸습니다. 그 백수도는 ‘수(壽)’ 자를 크게 썼는데, 음획(陰劃)으로 된 그 글자 가운데 ‘수(壽)’ 자가 수 백자 쓰여져 있습니다. 서체는 과두(蝌蚪), 전(篆), 주(籀), 충(蟲), 학(鶴), 구인(蚯蚓) 등 여러 체가 구비되어 있습니다.....(하략)】

▶학가(鶴駕) : 황태자나 세자의 행차를 말함.

▶계사년 : 1593년(선조 26년)

▶과두(蝌蚪) : ‘올챙이’란 뜻으로, 전문(篆文) 이전에 사용된 가장 오래된 글자체이다. 고대 중국에서 아직 필묵(筆墨)을 사용하기 전에는 죽간(竹簡)에 옻을 묻혀서 글을 썼는데, 대나무는 딱딱하고 옻은 끈적끈적하기 때문에 글자의 획이 머리는 굵고 끝은 가늘게 되어 마치 올챙이 모양으로 보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籀) : 주문(籒文). 주(周)나라 때 만들어진 옛 자체(字體)이다. 소전(小篆)의 전신(前身)으로서, 보통 대전(大篆)이라고도 한다

▶구인(蚯蚓)은 ‘지렁이’라는 뜻이다. 충(蟲), 학(鶴) 등과 함께 어떤 특징을 갖는 옛 글자체를 이르는 말로 보인다.

 

이로 미루어 초기의 백수도는 큰 글씨 안에 다양한 체의 글씨를 채워 넣은 형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복(福)자가 더해진 것이 조선에서만 나타난 현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후에 수(壽)자와 함께 복(福)자가 함께 써지면서 두 글자를 번갈아 쓰는 형태로 변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수 수복문자도 8폭 병풍(刺繡壽福文字圖八幅屛風)>, 자수, 161.7 x 356.6cm,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57833]

 

위의 병풍은 폭으로 나누어 수(壽)와 복(福)자를 장식하였고, 아래는 한 폭 안에 복(福)자와 수(壽)자를 번갈아 배치하였다.

 

[<수복문자도 6폭 병풍(壽福文字圖六幅屛風)>, 도안 글자를 도장으로 찍음, 154.5 x 331.5cm,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40443]

 

[<수복문자도 6폭 병풍(壽福文字圖六幅屛風)> 中 1,2폭,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40443]

 

 

[<수복문자도 6폭 병풍(壽福文字圖六幅屛風)> 中 3,4폭,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40443]

 

[<수복문자도 6폭 병풍(壽福文字圖六幅屛風)> 中 5,6폭,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40443]

 

여기에 사용되는 글자체[書體]는 전서(篆書)가 주로 쓰이고 예서(隸書)와 해서(楷書)도 쓰이지만, 서체를 변형하거나 혼합하여 만들기도 한다.

글자의 도안은 한 글자를 열 가지 이상의 도안으로 그리거나 혹은 모든 글자를 모두 다른 도안으로 그리기도 한다. 동일한 그림 내에서도 서체를 서로 달리할 뿐 아니라 글씨 색 또한 다양하게 배색하여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다채로운 화면을 구성한다.

 

글자는 그린 것부터 판화로 찍은 것, 수를 놓은 것, 먹으로만 쓴 것을 비롯해 채색을 한 것, 수복을 상징하는 동물이나 기물을 함께 그리거나 수복 자를 포함한 도안으로 그리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와 색으로 글자를 표현함으로써 수복의 상서로운 의미도 강화되고 장식성도 높아졌다. 다양한 형태와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였음에도 일정하게 열을 맞추어 배열함으로써 단순함과 화려함이 조화를 이루어 현대적인 미감도 제공하고 있다.

 

백수백복도 병풍은 두 폭의 가리개부터 10폭 이상의 병풍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이런 병풍들은 노인들의 생일잔치나 의례 공간에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한편, 장수를 바라는 의미로 주고받는 선물로도 이용되었다.

 

[<백수백복도 8폭 병풍(百壽百福圖 八幅 屛風)>, 견본채색, 153.3 x 380.8cm,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10973]

 

 

[<백수백복도 8폭 병풍> 中 1,2폭,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10973]

 

[<백수백복도 8폭 병풍> 中 3,4폭,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10973]

 

[<백수백복도 8폭 병풍> 中 5,6폭,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10973]

 

[<백수백복도 8폭 병풍> 中 7,8폭,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10973]

 

[<수복문자도 10폭 병풍(壽福文字圖十幅屛風)>, 지본채색, 194 x 348.8cm,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29923 : 전체 330개의 글자가 배치되었다]

 

[<수복문자도 8폭 병풍(壽福文字圖八幅屛風)>, 견본수묵, 현재는 장황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 화폭 : 105.5 x 41.8cm,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57828]

 

 

참고 및 인용 : 한국민속예술사전(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일생의례사전(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