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의 두 번째 시품은 ‘충담(沖澹)’이다. ‘담백하고 깨끗함’을 가리킨다. 이에 대한 사공도의 시다.
素處以黙(소처이묵) : 소박하게 살면서 침묵하니
妙機其微(묘기기미) : 오묘한 기틀이 더욱 기묘하다
飮之太和(음지태화) : 천지의 조화로움을 마시고
獨鶴與飛(독학여비) : 외로운 학과 함께 날아다닌다.
猶之惠風(유지혜풍) : 마치 화창한 봄바람처럼
苒苒在衣(염염재의) : 부드럽게 옷에 와 닿는다.
閱音修篁(열음수황) : 대숲의 소리 듣고는
美曰載歸(미왈재귀) : 아름답다며 싣고 돌아가리라 말한다.
遇之匪深(우지비심) : 만나면 깊지 않으나
卽之愈稀(즉지유희) : 다가가면 더욱 희미해진다.
脫有形似(탈유형사) : 형상이 비슷하여
握手已違(악수이위) : 손으로 잡으면 이미 어긋난다.
그림 오른쪽 상단에 쓰인 화평은 “대나무는 성겨 시원하고 학은 야위어 신선 같네. 저기 대나무 소리를 들으며 학을 보는 사람은 문득 그 풍취를 깨닫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의 세 번째는‘섬농(纖穠)’으로, ‘가냘프나 무성하다’는 뜻이다.
采采流之(채채류지) : 찰랑거리는 물 흐르고
蓬蓬遠春(봉봉원춘) : 무성한 초목이 아득한 봄날인데
窈窕深谷(요조심곡) : 고요하고 정숙한 골짜기에
時見美人(시견미인) : 언뜻언뜻 미인이 보인다.
碧桃滿樹(벽도만수) : 푸른 복숭아가 나무에 가득한
風日水濱(풍일수빈) : 바람 부는 날의 물가로다
柳陰路曲(유음노곡) : 버드나무 그늘 아래 오솔길 굽이돌고
流鶯比隣(유앵비린) : 노니는 꾀꼬리와 이웃한다.
乘之愈往(승지유왕) : 잡아타면 더욱 멀리 가고
識之愈眞(식지유진) : 알게 되면 더욱 실감난다.
如將不盡(여장부진) : 만일 다함이 없다면
與古爲新(여고위신) : 옛 것으로 더불어 새롭게 하리라.
정선의 그림 중에 여인의 모습은 처음 보는 듯하다. 그림에 대한 화평(畵評)은 “부드럽고 유순하게 그렸지만, (여인의) 지분(脂粉)에 물들지 않았다.”이다. 현재 이 그림의 이광사 글씨는 유실되었다.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의 네 번째는‘침착(沈着)’. ‘들뜨지 아니하고 차분하다’이다.
綠杉野屋(녹삼야옥) : 푸른 삼나무 늘어선 시골집
落日氣淸(낙일기청) : 해는 지고 공기는 맑다.
脫巾獨步(탈건독보) : 두건을 벋고 혼자 걷고 있노라니
時聞鳥聲(시문조성) : 때때로 새소리 들려온다.
鴻雁不來(홍안불래) : 기러기는 오지 않고
之子遠行(지자원행) : 그대는 멀리 떠났도다.
所思不遠(소사불원) : 생각함으로 멀어지지 않고
若爲平生(약위평생) : 평생을 같이 하는 듯하도다.
海風碧雲(해풍벽운) : 바닷바람과 푸른 구름에
夜渚月明(야저월명) : 야밤 물가의 달은 밝도다.
如有佳語(여유가어) : 아름다운 말 있을 듯한데
大河前橫(대하전횡) : 큰 강물 앞에 가로누워 있도다.
화평은 “맑고 깨끗한 정취(情趣)가 압도적”이라고 하였다.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의 다섯 번째인 ‘고고(高古)’는 ‘고상하고 예스러움’이다.
畸人乘眞(기인승진) : 기인이 참된 것을 깨달아
手把芙蓉(수파부용) : 연꽃을 손에 쥐고
泛彼浩劫(범피호겁) : 저 영겁의 시간위에 떠있으니
窅然空蹤(요연공종) : 빈 발자취는 심원하고 요원하다.
月出東斗(월출동두) : 달이 동쪽 북두성 자리에 나오니
好風相從(호풍상종) : 좋은 바람이 뒤따르도다.
太華夜碧(태화야벽) : 화산의 밤은 푸르고
人聞淸鍾(인문청종) : 사람들은 맑은 종소리 듣도다.
虛佇神素(허저신소) : 마음 비우고 신령한 본바탕을 보니
脫然畦封(탈연휴봉) : 한계를 넘어 초탈하도다.
黃唐在獨(황당재독) : 황제와 요임금의 경지를 홀로 지니니
落落玄宗(낙락현종) : 드물고 드문 현묘(玄妙)한 종지(宗旨)로다.
화평은 “눈 속의 파초는 천고에 매우 기이하여 서리 맞은 연꽃에 감히 비유할 만하다.‘라고 하였다.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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