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赴任) 제3조 사조(辭朝) 4.
신영(新迎)하러 온 아전과 하인이 오면 그들을 접대함에 마땅히 장중하고 화평하고 간결하고 과묵하게 해야 할 것이다.
(新迎吏隷 至其接之也 宜莊和簡默)
▶사조(辭朝) : 관직에 새로 임명된 관원이 부임하기에 앞서 임금에게 사은숙배하고 하직하는 일. |
신영하러 온 수리(首吏)의 행낭(行囊) 속에는 으레 작은 책 한 권이 들어 있으니, 곧 《읍총기(邑總記)》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봉록의 쌀과 돈의 숫자와 농간하여 남는 것을 사취(私取)하는 방법이 각가지로 나열되어 있다. 수리가 와서 뵙는 날에 이를 꺼내어 바치면 수령이 받아 보아 흔연히 기쁜 빛을 띠고 조목조목 캐어물어서 그 묘리와 방법을 알아내는데, 이것은 천하의 큰 수치이다. 아전이 바치는 날에 마땅히 즉시 돌려주고 묵묵히 다른 말이 없어야 할 것이요, 이어서 자제나 친척ㆍ빈객들에게 단속하여 억지로 요구하여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날 아침에 수리(首吏)를 불러서 그 고을의 큰 폐단되는 일 한두 가지를 물어보고, 듣고 나서는 묵연히 다른 대답하는 말이 없어야 한다. 만약 그 폐단이 커서 반드시 고쳐야 할 일일 경우에는, 두루 하직 인사 다니는 날에, 일찍이 그 지방 감사(監司)를 지낸 자와 함께 모름지기 그 고쳐 바로잡을 방법을 의논해야 한다.
신영하러 온 아전과 하인을 대할 적에 경솔히 체모를 손상해서는 안 되며, 또한 뽐내고 잘난 체해서도 안 된다. 장중하되 화평하면 될 것이니, 오직 묵연히 말을 않는 것이 더없는 묘법인 것이다.
금주군(錦州君) 박정(朴炡)이 새로 남원 부사(南原府使)로 임명되었을 적에, 신영하러 온 아전이 제 고을에 사사로이 통지하기를,
“연소한 학사(學士)가 말도 않고 웃지도 않으며 오뚝하게 단정히 앉아 있으니 그 심중을 헤아릴 수가 없다.”하였다.
이 말이 한때 널리 전해져 이로써 금주군(錦州君)의 화상찬(畵像贊)이 되겠다 하였다. - 《회은집(晦隱集)》에서 나왔다. -
자제나 노비들에게 단속하여 아전이나 하인들과 더불어 말을 붙이지 말도록 거듭 엄하게 일러두어야 한다.
조알(朝謁)이 끝나면 즉각 저가(邸家)로 돌려보내서 다시 오지 말도록 하며, 그 다음날도 역시 그와 같이 해서 비록 일개 통인(通引) - 곧 시동(侍童)이다. - 이라도 오게 해서는 안 된다. - 집에 머물게 하면 집안의 동정을 먼저 스스로 수상쩍게 살펴 헤아릴 것이요, 먼 데서 온 사람이니 또한 쉬어야 되는 것이다. -
▶조알(朝謁) : 조정(朝廷)에서 임금을 만나 뵘 ▶저가(邸家) : 지방 관청의 일을 대행(代行)하기 위하여 서울에 주재(駐在)해 있는 향리(鄕吏)의 집. ▶통인(通引) : 수령(守令)의 신변에서 심부름을 하던 이속(吏屬). 주로 지방 향리들의 자제들이 자원하여 맡았다. |
수리(首吏)를 불러서 이렇게 약속해야 할 것이다.
“두루 하직 인사를 다니는 날에 재상이 아전의 이름을 들어 나에게 부탁하는 일이 있으면, 부임하는 날에 그 중한 자는 제적(除籍)할 것이요, 경한 자는 해임시켜 버릴 것이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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