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4 - 임금에게 하직인사를 하지 않는 경우

從心所欲 2021. 3. 12. 17:15

[김홍도필풍속도병풍(金弘道筆風俗圖屛風) 일명 김홍도필 행려풍속도 8폭 中 6, 1795년, 지본담채, 병풍 각 폭 : 142 x 38cm, 국립중앙박물관]

 

 

●부임(赴任) 제3조 사조(辭朝) 6.

이웃 고을로 관직이 옮겨져 편도(便道)로 부임하게 되는 경우에는 사조(辭朝)하는 예(禮)가 없다.

(移官隣州 便道赴任 則無辭朝之禮).

▶사조(辭朝) : 관직에 새로 임명된 관원이 부임하기에 앞서 임금에게 사은숙배하고 하직하는 일.

▶편도(便道) : 지름길. 편리(便利)한 길

 

이는 하직인사 없이 부임한다는 것이다. 단지 번거로운 폐단을 줄인다는 뜻이니, 날마다 살펴 지방관의 직능을 부여해준다는 옛 뜻은 아니다.

▶옛 뜻 : 《서경(書經)》에 순(舜)임금이 “이에 날마다 사악(四岳) · 군목(群牧)을 보시고 군후(群后)들에게 서옥(瑞玉)을 나누어주었다”라고 한 말에 근거한 것이다. 사악(四岳)은 사방의 제후(諸侯), 군목(群牧)은 9주(州)를 다스리는 목백(牧伯), 서옥(瑞玉)은 제후(諸侯)가 가지는 신표(信標)인 구슬을 가리킨다.

 

당(唐)나라의 영호도(令狐綯)가 일찍이 옛 친구를 이웃 지방의 자사(刺史)로 옮겨 발령하여 편도(便道)로 부임하게 하였다. 임금이 그 진사(陳謝)하는 표문(表文)을 보고서 물으매, 영호도가 대답하기를,

“그 길이 가까우므로 보내고 맞이하는 폐단을 줄이게 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짐은 자사가 흔히 적임자가 아니어서 백성들에게 해가 되므로 한번 만나서 그 다스릴 방책을 알아보며 그 우열(優劣)을 알아서 출척(黜陟)을 행하고자 하였는데, 이러한 조명(詔命)이 이미 반포되어 있는데도 - 자사는 외방에서 그대로 부임하지 못한다는 조령(詔令)이다. - 바로 폐하고 쓰지 않으니 재상(宰相)은 권력이 있다고 할 만하다.”

하였다.

때가 마침 추웠는데도 영호도는 땀이 흘러 두터운 갖옷에 밸 정도였다.

▶표문(表文) : 임금에게 올리는 글 양식의 한 가지.

▶출척(黜陟) : 나쁜 사람을 내쫓고 착한 사람을 올려 쓰는 것.

▶조명(詔命) : 임금이 내린 훈령이나 명령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