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36 - 수령의 자리 곁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從心所欲 2021. 5. 6. 05:53

[<필자미상경직도(筆者未詳耕織圖)> 8폭 中 8폭, 지본담채, 102.7 x 47.3cm, 국립중앙박물관]

 

 

●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5

관부(官府)의 체모는 엄숙하기를 힘써야 하는 것이니 수령의 자리 곁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官府體貌 務在嚴肅 坐側不可有他人)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가 일체 자기의 행동을 바르게 하는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삼는 만큼, 수령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칙궁(飭躬) :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

 

수령의 지위는 존엄하여 여러 아전들은 그 앞에 엎드리고 서민들은 뜰아래에 있는 법인데 감히 다른 사람이 그 곁에 있어서 되겠는가? 비록 자제와 친척ㆍ빈객(賓客)이라 하더라도 모두 물리치고 높직이 혼자 앉아 있는 것이 예에 알맞다.

혹 밝은 낮에 공청(公廳)에서 물러나왔을 때나 고요한 밤 일이 없을 때에야 불러서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버이를 모시고 있는 자는 새벽에 일어나서 어버이 있는 곳에 나아가 문안하고 이내 나와서 참알(參謁)을 받는다. 혹 부형이나 존장(尊長)이 내사(內舍)에서 식사를 할 때에는 공사(公事)가 끝난 후에 잠깐 들어가 인사를 드리고 부형이나 존장이 정당(政堂)에 둘러앉아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정당(政堂) : 수령이 업무를 보는 관아(官衙)

 

채번옹(蔡樊翁)이 화성유수(華城留守)로 있을 때 친척집 소년이 상복(喪服)차림을 하고 관아로 들어오니, 공은 문지기를 죄주고 급히 그 소년을 문밖으로 내보내어 숙소를 정하게 하였다.

▶채번옹(蔡樊翁) : 조선의 문신(1720 ~ 1799). 영의정을 지냈다.

 

위수(衛率) 이술원(李述源)이 일찍이 성천도호부사(成川都護府使)가 되었을 때 그의 맏아들이 상복(喪服)차림으로 대문 밖에 와 기다리면서 아전을 불러 들어가 뵙기를 청하니 이공이,

“상복을 입은 자는 공문(公門)으로 들어올 수 없고 정당(政堂)에 올라와서도 안 된다.”

하고 아전에게 명하여 담을 헐고 들어오게 한 후 내사(內舍)에 들어가 있게 하고 자신이 가서 만났다.

내가 곡산(谷山)에 있을 때 듣고 잘한 일이라 하였다.

▶위수(衛率) : 병조(兵曹)의 속아문 관청으로 왕세자를 모시고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세자익위사의 종6품 관직

 

정당(政堂)의 체모는 존엄하기 때문에 무릇 상복을 입은 사람이나 승려 차림을 한 사람이거나 야복(野服) 차림을 한 사람 - 폐량자(蔽凉子)를 쓰고 협수의(夾袖衣) 차림을 한 사람 - 을 정당에서 인접(引接)해서는 안 된다. 옛사람들은 모두 그러하였다.

▶야복(野服) : 벼슬하지 않은 야인(野人)의 복장.

▶폐량자(蔽凉子) : 패랭이. 대를 잘게 쪼갠 것을 엮어 만든 갓의 한 종류로 천인(賤人)이나 상제(喪制)가 썼다. 폐양자(蔽陽子), 평량자(平涼子)라고도 했다.

 

 

여씨(呂氏)의 《동몽훈》에,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은 무릇 색다른 사람을 인접(引接)하지 말아야 한다. 무당이나 여승ㆍ방물장수 따위는 더욱 멀리해야 한다.”

하였다.

비록 가까이할 만한 시승(詩僧)이라 하더라도 절에 놀러 갔을 때 산간에서나 만나볼 것이요, 부내(府內)로 불러들여서는 안 된다. 비록 주지(住持)로 지내는 사람이라도 참알(參謁)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동헌(東軒)에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아뢰어야 할 폐막(弊瘼)이 있으면 문서로 보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폐막(弊瘼) : 폐단(弊端)

 

《상산록(象山錄)》에,

“관청 뜰에서 푸닥거리를 하고 내사(內舍)에서는 굿을 하며, 중과 무당이 뒤섞여서 징과 북을 시끄럽게 울려대게 하는 것은 결코 관부(官府)의 체모가 아니다. 만약 수령이 밖에 나간 틈을 타서 이런 괴상한 짓을 한다면 이는 처자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이니 더욱 그 집안의 법도가 없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하였다.

▶상산록(象山錄) : 상산(象山)은 황해도 곡산(谷山)의 별칭. 정약용이 곡산부사(谷山府使)로 있을 때에 쓴 행정기록(行政記錄)으로 추정되고 있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