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42 - 정당(政堂)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나면 맑은 선비라 할 수 있다.

從心所欲 2021. 5. 24. 18:13

[전 김홍도(傳 金弘道)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 中 일운(一耘 : 애벌매기), 33.6 x 25.7cm, 국립중앙박물관 ㅣ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는 송나라의 누숙(樓璹)이 빈풍칠월도(豳風七月圖)를 참고하여 농업과 잠업의 일을 순서에 따라 묘사하여 황제에게 바친 것에서 유래되었다. 조선에는 연산군 4년인 1498년에 조선에 처음으로 전래되었다 하며, 청나라 때의 〈패문재경직도(佩文齊耕織圖)〉와 함께 왕에게 올리는 감계화(鑑戒畵)로 제작되었다.]

 

 

●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11

정당(政堂)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나면 이는 맑은 선비라 할 수 있다.

(政堂有讀書聲 斯可謂之淸士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가 일체 자기의 행동을 바르게 하는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삼는 만큼, 수령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칙궁(飭躬) :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

 

임금이 정무(政務)가 지극히 번거로운데도 오히려 날마다 경연(經筵)에 나오고자 하는 것은, 진실로 성현(聖賢)의 격언을 폐부 속에 스며들게 하여 이를 정치에 펴면 저절로 그 유익함이 많기 때문이다.

수령도 공사(公事)에 틈이 나면 《상서(尙書)》, 《노론(魯論)》, 《중용(中庸)》, 《대학(大學)》, 《송명신록(宋名臣錄)》, 《자경편(自警編)》 등을 항상 외우도록 해야 한다.

▶경연(經筵) : 임금 앞에서 경적(經籍)을 강론하는 자리
▶노론(魯論) : 진(秦)나라 때의 분서(焚書) 이후, 한대(漢代)에 제론(齊論), 고론(古論), 노론(魯論)의 세 가지 다른 「논어」가 등장하였다. 노론(魯論)은 노나라 사람[魯人]이 전했다는 것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읽는 「논어」이다.

 

유중영(柳仲郢)이 항상 예(禮)로써 자신을 다스려 손을 마주 잡고 단정히 앉았다. 세 번 대진(大鎭)을 역임하였어도 마구간에는 좋은 말이 없었고, 옷에서는 향내가 풍기지 않았다. 공무에서 물러나면 반드시 글을 읽어 손에서 책을 놓는 적이 없었다.

▶유중영(柳仲郢) : 당(唐)나라 관리
▶대진(大鎭) : 큰 진영(鎭營) 또는 전략상 요지에 설치했던 군진(軍鎭).

 

완평부원군(完平府院君) 이원익(李元翼)이,

“나는 평상시에는 책보기를 좋아하지만 벼슬에 있게 될 때에는 책을 묶어서 책장에 넣어 두고 밤낮으로 공사에만 전심(專心)하였다. 요즈음 사람들은 수령으로 나가서도 책은 책대로 읽으니, 이는 내 재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일이다.”

하였다. - 시장(諡狀)에 보인다. -

▶이원익(李元翼) : 조선 문신(1547 ~ 1634). 호는 오리(梧里). 임진왜란 평정의 공업으로 호성공신(扈聖功臣) 2등, 완평부원군(完平府院君)에 봉해졌다.
▶시장(諡狀) : 임금에게 시호를 내리도록 건의할 때 인물의 생존시 행적을 적은 글.

 

이의전(李義傳) - 완평부원군의 손자이다. - 이 매양 고을을 다스리면서도 일이 없으면 손에서 책을 놓는 적이 없었다. 그는 말하기를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하여 백성을 다스리면 번거롭지 않고 일은 절로 덜어진다.”

하였다. 그는 옛일에 해박하여 남을 깨우치는 논의가 많았다.

▶이의전(李義傳) : 조선 문신(1568 ~ 1647). 이원익의 아들로 원문의 주(註)에 ‘완평(完平)의 손자’라 한 것은 틀린 것이다.

 

무신(武臣) 원영주(元永胄)가 장흥 부사(長興府使)로 있을 적에 판서(判書) 권엄(權?)이 그때 감사(監司)로 있으면서 그의 치적을 상고(上考)로 매겨 올리기를,

“관재에서 글을 읽습니다.[官齋讀書]”

하였더니, 선왕(先王)이 하고(下考)에 두도록 명하였다.

▶원영주(元永胄) : 조선 정조(正祖) 때의 무신(武臣). 함경도 북병사(北兵使)를 지냈다.
▶상고(上考) : 관원의 치적 평가에 있어서 상등(上等)에 드는 것. 중등은 중고(中考), 하등은 하고(下考).
▶선왕(先王) : 돌아가신 임금. 여기서는 정조(正祖)를 가리킨다.

 

글만 읽고 일을 처리하지 않는 자는 진실로 폄하(貶下)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때때로 성현의 책에서 한두 장(章)씩 읽고 그것이 폐부(肺腑)에 젖어들게 하여 착한 마음이 감발(感發)되게 하려는 것뿐이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