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43 - 정사를 아전들에게만 맡겨 두지 말라.

從心所欲 2021. 5. 26. 18:41

[전 김홍도(傳 金弘道)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 中 이운(二耘 : 두벌매기), 33.6 x 25.7cm, 국립중앙박물관 ㅣ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는 송나라의 누숙(樓璹)이 빈풍칠월도(豳風七月圖)를 참고하여 농업과 잠업의 일을 순서에 따라 묘사하여 황제에게 바친 것에서 유래되었다. 조선에는 연산군 4년인 1498년에 조선에 처음으로 전래되었다 하며, 청나라 때의 〈패문재경직도(佩文齊耕織圖)〉와 함께 왕에게 올리는 감계화(鑑戒畵)로 제작되었다.]

 

 

●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12

만약 시(詩)나 읊조리고 바둑이나 두면서 정사를 아래 아전들에게만 맡겨 두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하다.

(若夫哦詩賭棋 委政下吏者 大不可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가 일체 자기의 행동을 바르게 하는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삼는 만큼, 수령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칙궁(飭躬) :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

 

성종조(成宗朝)에 뇌계(㵢溪) 유호인(兪好仁)이 부모 봉양하기를 청하여 산음 현감(山陰縣監)이 되었다. 영남(嶺南)의 방백(方伯)이 임금에게 하직을 고하니 임금이 인견(引見)하고는,

“나의 친구 유호인이 산음 현감으로 임명되었으니 경(卿)은 그를 두둔(斗頓)하여 - 부호(扶護)해 준다는 뜻이다. - 주도록 하라.”

하였다. 그러나 그 방백은 마침내 그가 백성의 괴로움은 돌보지 않고 시만 읊조리고 있다 하여 파면시켰다.

▶유호인(兪好仁) : 조선 문신(1445 ~ 1494). 시명(詩名)이 높았고 또 문(文)과 글씨에도 뛰어나 당대의 삼절(三絶)로 일컬어졌으며, 특히 글을 좋아하는 성종의 총애를 받았다.
▶방백(方伯) : 한 지방 제후(諸侯)의 우두머리란 뜻으로 조선조 때에는 관찰사(觀察使)의 별칭으로 쓰였다.
▶두둔(斗頓) : 편들어 감싸 줌.

 

남창(南牕) 김현성(金玄成)이 여러 차례 주군(州郡)을 맡아 다스렸는데, 깨끗하게 직무에 봉사하여 청렴한 명성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성품이 매우 소탈하고 담백하여 사무 처리에 익숙하지 못하고 죄인 다스리는 것을 일삼지 않고서 담담하게 관아에 앉아서 종일토록 시만 읊조렸다.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이 그를 가리켜,

“남창(南牕)은 백성 아끼기를 자신 같이 하는데도 온 경내가 원망하고, 털끝만큼도 범하는 일이 없는데도 관고(官庫)는 바닥이 났다.”

하여 한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김현성(金玄成) : 조선 문신(1542 ~ 1621). 시(詩)ㆍ서(書)ㆍ화(畫)에 능하였다.

 

도간(陶侃)이 광주 자사(廣州刺史)로 있을 적에 종일토록 무릎을 모으고 꿇어앉아서 군부(軍府)의 모든 일을 빠뜨림 없이 점검, 처리하며 조금도 한가한 시간이 없었다. 여러 참모와 보좌들이 혹 이야기나 장난을 하면서 일을 폐하는 자가 있으면 그 술그릇과 쌍륙(雙六), 장기 기구 등을 갖다가 모조리 강물에 던져 버리도록 명하고 그런 일을 일삼는 장리(將吏)들은 매를 때리면서,

“쌍륙ㆍ장기 놀이는 돼지 기르는 종들이나 하는 짓이다.”

하였다.

▶도간(陶侃) : 중국 진(晉)나라의 무신(武臣)

 

영호도(令狐綯)가 이원(李遠)을 항주 자사(杭州刺史)로 주의(注擬)하려고 하니 선종(宣宗)이,

“내가 듣건대 이원(李遠)의 시에,

‘긴 날을 한 판의 바둑으로 소일하네(長日惟消一局棊)’

하였다니 어떻게 백성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하므로, 영호도가,

“시인이 흥에 붙여서 그런 것이요, 실지로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고 아뢰니, 선종이,

“우선 보내어 시험해 보도록 하라.”

하였다.

▶영호도(令狐綯) : 당(唐)나라 때의 조정 대신.
▶이원(李遠) : 당(唐)나라 관리.

 

바둑은 그래도 아취가 있는 것이다. 근래 수령들 중에는 정당(政堂)에서 저리(邸吏), 읍자(邑子), 하인들을 데리고

마조강패(馬弔江牌) 놀이로 날을 보내고 밤을 지새우니, 체모의 손상이 이에 이르러 극도에 달하였다. 슬프다, 이 일을

장차 어찌할 것인가.

▶저리(邸吏) : 지방 관아를 대리하여 서울의 조정 또는 지방 감영에 대한 업무를 맡아보던 향리(鄕吏).
▶읍자(邑子) : 고을 사람들의 자제(子弟).
▶마조강패(馬弔江牌) : 투전(闘牋) 놀음.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