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겸재 정선의 단양그림

從心所欲 2021. 7. 24. 12:47

고서화 전문화랑인 학고재(學古齋)가 2003년에 「구학첩(丘壑帖)」이라는 정선의 화첩을 공개한 일이 있다. 그동안 겸재 정선의 화첩은 36세 때부터 74세 때까지 총 12권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왔고, 그 가운데 3권만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구학첩(丘壑帖)」은 이 12개의 화첩 명단에 없던 것으로, 말하자면 정선의 13번째 화첩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화첩 가운데 단양 관련 그림 3점만 공개되고, 이후 첩에 대한 내용이 추가로 소개된 일이 없어 첩의 전체적 내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정선의 절친한 벗이었던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의 발문이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정선 <봉서정(鳳棲亭)>, 지본담채, 33.5 × 29.2cm, 삼성미술관 리움]

 

봉서정(鳳棲亭)은 옛 단양관아(丹陽官衙)에 있었던 누정이다. 그림의 개울가 돌담 위에 있는 단층 건물이다. ‘봉황이 깃드는 정자’라는 뜻이다. 봉서정 왼쪽의 2층 누각은 이요루(二樂樓)인데, 요산요수(樂山樂水)에서 2요(樂)를 따온 것이라 한다. 그리고 그 이요루 뒤편에 보이는 건물들이 당시의 단양관아이다. 높이 솟은 것처럼 보이는 배경의 산은 실제로는 마을 뒷산이라 할 만큼 작은 동산에 불과하지만 정선이 그림을 위해 과장한 것이다. 예전에는 두혈산(頭穴山)이라 불렸다. 봉서정 앞을 흐르는 물은 선암계곡에서 내려오는 계곡수이고 그림 오른쪽 구석에 보이는 나무다리는 우화교(羽化橋)이다.

 

옛 단양 관아가 있던 자리는 지금의 단성면 하방리 지역이다. 청주댐 건설로 인하여 봉서정 앞을 흐르던 물은 폭이 대폭 넓어져서 작은 나무다리 대신 우화대교를 통해서만 건널 수 있게 되었다. 단양군이 근래에 복원하였다는 봉서정은 원래 10칸 남짓의 단층 누정을 2층으로 올려 새롭게 창작 건설하였다. 앞으로 공무원 채용시험에는 ‘복원(復元)’의 뜻을 묻는 문제라도 내야 할 모양이다.

 

<봉서정(鳳棲亭)> 외에 공개된 다른 두 그림은 도담삼봉을 그린 〈삼도담(三嶋潭)>과 단양팔경이자 삼선암(三仙巖) 가운데 하나인 〈하선암(下仙岩)〉이다.

 

[정선 〈삼도담(三嶋潭)>, 지본담채, 33.5 × 29.2cm, 삼성미술관 리움]

 

[정선 〈하선암(下仙岩)>, 지본담채, 33.5 × 29.2cm, 삼성미술관 리움]

 

이 그림들은 정선이 경북 하양(河陽) 현감 시절(1721 ~ 1726)에 당대의 대표적인 서화 수장가인 김광수(金光遂)를 위해 그린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첩이 제작된 시기가 정선의 나이 62세 또는 63세(1737년 또는 1738년) 때라는 주장도 있다.

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생기는 일이지만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도 역시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