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1884년 조선 사진

從心所欲 2021. 8. 17. 09:54

조선 말기의 사진에 해설을 덧붙인 흥미롭고 유익한 영상이다.

 

 

 

퍼시벌 로웰(1855 ~ 1926)은 호기심이 많았던 인물인 듯하다.

그는 보스턴의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나 하버드에서 수학을 전공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가문의 사업을 돕다가 일본에 관심이 생겨 일본을 방문한다. 그가 일본에 머물던 중, 1883년 5월에 주일 미국 공사의 주선으로 조선의 보빙사(報聘使) 일행을 만나게 된다. 보빙사란 답례로 외국을 방문하는 사절단을 의미하는데, 당시 로웰이 만난 보빙사는 조미통상사절단이었다. 전 해인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체결 후 이듬해 미국의 공사가 조선을 방문한데 대한 답례와 양국 간의 친선을 위한 목적으로 파견되는 사절이었다. 보빙사 일행은 당시 28세였던 로웰의 안내를 받아 8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조선에 돌아온 보빙사 일행은 고종에게 로웰에 대해 보고했고 고종은 로웰을 조선에 초대하였다. 로웰은 1883년 12월부터 3개월간 한양에 머물렀다. 영상에 소개된 사진들은 이때에 찍은 것들이다.

 

[퍼시벌 로웰과 보빙사 일행, 우리역사넷 사진]

 

1893년까지 일본에 머물던 로웰은 10년 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바로 다음 해인 1894년에 애리조나에 로웰천문대(Lowell Observatory)를 지었다. 그가 갑자기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시 화성에 물이 있고 ‘화성인’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로웰은 그런 화성이 1894년 지구에 최대로 근접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급하게 천문대를 지은 것이다. 그 후 15년 동안 로웰은 화성을 관찰하면서 일관되게 화성인의 존재를 주장하고 화성에 대한 책들도 펴냈다. 그가 이때 세상에 불어 넣은 화성에 대한 판타지는 이후 화성을 다뤘던 수많은 SF 작품의 원형이 되었다.

 

로웰은 이후 수학적 계산을 통하여 해왕성 너머에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소위 ‘플래닛(Planet) X’였다. 그리고 이러한 로웰의 믿음은 그의 사후 14년 뒤인 1930년에 로웰천문대에 의하여 존재가 확인되어 ‘명왕성’이란 이름으로 세계에 공표되었다.

그러나 70년 이상 태양계의 행성으로 간주되던 명왕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의 행성에 관한 새로운 정의에 의하여 왜소행성으로 분류되면서 그 지위를 상실했다. 왜소행성(dwarf planet)은 행성 같아 보이나, 행성보다 작은 태양계 천체를 가리킨다.

 

영상의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사진에 보이는 조선 말기의 헐벗은 조선 산야를 보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산림녹화에 대한 공로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