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파란 마음 하얀 마음

從心所欲 2021. 9. 6. 10:50

예전 우리나라의 자랑이 ‘높고 푸른 가을하늘’ 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기자들이 방금 공항에 내린 외국인에게 다짜고짜 “한국의 가을하늘이 어떠냐?”고 묻고는 그 외국인의 입 발린 칭찬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싣곤 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Do you know...?" 이니 기자들은 정말 공부도 안 하고 취재준비도 안 하나 보다.

 

 

오랫동안 회색 구름과 비만 보다가 간만에 하늘이 개였다.

시골이라도 이런 색의 하늘 보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낯선 이 시리도록 파란 빛깔의 하늘이 어린 시절에는 언제 어디에나 있었다.

밤이면 도시에서도 은하수는 물론 온 하늘을 덮은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럴 때면 꼭 누군가가 견우직녀 얘기를 꺼냈고 서로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이 별 저별을 손가락질하며 견우, 직녀라고 우기곤 했다.

캄캄한 밤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던 별들 때문에 겨울밤이 더 춥게 느껴졌던 기억도 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여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 거여요.
산도 들도 지붕도 하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자라니까요.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가난했어도 그때가 더 사람 사는 세상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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