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

독도와 미국

從心所欲 2022. 5. 10. 12:20

5월 말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여 우리나라 대통령을 만난다고 한다. 황공 외람이들은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이라느니 일본보다 우리나라를 더 대우하는 증거라느니 설레발을 치면서 새 대통령 띄우느라 입술이 불어터질 지경이다.

 

궁금한 것은 바이든이 이번 방한에서 우리로부터 무엇을 얻어가려는가 다. 그 바쁜 미국 대통령이 한가하게 한국의 새 대통령 얼굴 한번 보려고 오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여러 의제 가운데 한일 간의 껄끄러운 관계 조정도 하나의 주요한 현안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여기에 새 대통령이 어떤 방안을 가지고 대처할지, 그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되어있는지,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이 나라의 친미주의자들은 혈맹이니 형제국가니 떠받들면서 성조기를 자기 나라 국기 못지않게 자랑스럽게 흔들어댄다. 물론 그들의 심정에 공감을 못할 바도 아니다. 미국이 한국전쟁과 우리나라의 경제 부흥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은 늘 절대선이며 변하지 않는 우리의 믿을 수 있는 이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지가 있다. 미국은 언제나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는 국가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도운 것을 단순히 있는 자, 힘센 자의 약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호의와 시혜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에 이익이 없었다면 미국은 우리나라에 그런 도움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우리나라에 베푼 도움이 고마운 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없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정의의 사도로 받들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대하는데 늘 정의로웠던 것은 아니다.

 

[독도, 외교부 사진]

 

일본은 전쟁을 도발했다가 미국에게 주먹으로 눈탱이 두 방을 맞고는 기겁을 해서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194592일 항복문서에 조인한 이후 일본은 동경에 설치된 연합국 최고사령부(General Headquarters Supreme Commander for the Allied Powers)의 통치를 받는 신세가 되었다. 그 연합국 최고사령부는 1946129일 연합국 최고사령부 지령 제677, 일명 ‘SCAPIN(Supreme Commander Allied Powers Instruction) 677를 통하여 일본의 영토와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규정하였다. 연합국 최고사령부는 이 지령에 한국의 울릉도, 독도(Liancourt Rocks), 제주도가 일본의 영토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명시하였다. 이때 일본은 이에 대하여 끽소리도 못하고 쥐죽은 듯 지냈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 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는 일본이 포기해야 할 도서(島嶼) 명단에 독도가 빠져버렸다. 이는 그간 일본이 물밑에서 끈질긴 작업을 벌여온 결과였다. 샌프란시스코 강화회담은 2차 세계대전 당신 일본과의 전쟁에 참여한 54개 연합국과 일본 간의 전쟁을 마무리하는 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이었다. 이 회담을 주도한 미국은 다른 연합국들에게 일본의 전쟁 책임, 배상문제를 따지지 않고 무마하도록 유도했다. 당시 일본 침략전쟁의 최대 피해자였던 한국과 중국은 이 회담에 배제되어 참석하지 못했다. 미국은 이때 한국전쟁의 발발로 소련과의 대치 상태에 들어서게 되자 일본의 전쟁 책임을 가리는 것보다는 공산국가에 대항하는 마지노선으로서 일본의 경제 부흥과 국가재건을 더 중시했다. 일본은 이러한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고 패전국의 주제를 넘어 자신들의 요구를 어떻게든 반영하고자 노력했고, 일본을 잘 구슬려 자신들의 대공산 세력 전초기지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던 미국은, 그들이 보기에는 조그만 돌섬에 불과한 독도 때문에 조약체결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그리하여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제22(a)항에 일본이 포기해야 할 도서에서 독도가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할 때마다 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들먹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이 승전국으로서 일본의 영토에 대한 원래 가졌던 원칙을 분명히 견지했다면 지금 한일 간에 독도를 두고 벌이는 논란은 애초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미국이 우리를 등지고 일본 편을 든 여러 사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미국이 어떻게 우리에게 정의의 사도인가?

 

바이든이 이번에 와서 뭐라 하든 새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국익만을 생각하고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백가쟁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록위마의 세상  (0) 2022.02.20
눈 깔어!  (0) 2022.02.14
국뽕이 어때서  (0) 2022.02.12
인천일보 만평 월인천강지曲  (0) 2021.12.01
완장의 올바른 사용법  (0) 202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