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상승하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그전까지 우리는 왜(倭) 우익들이 퍼뜨린 ‘헬조선’이란 말에 휩쓸려 스스로 자조하며 의기소침해있었다. 그런데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팬데믹 사태에 대처하는 체계적 의료시스템을 통하여 갑자기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서, 우리도 세계가 왜 우리를 보는지 또 어떻게 보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와 우리나라가 이루어낸 성과가 세계 속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다루는 콘텐츠들이 무수히 생산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우리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보니 사람들은 그것을 국뽕이라고 불렀다. 국뽕은 ‘국가’와 마약을 의미하는 ’히로뽕‘의 합성어이다. 국가적 자긍심 고취라는 긍정적 의미도 있고, 맹목적 국가 찬양이라는 부정적 의미도 있다.
근거가 없거나 지나친 자기 자랑은 누구라도 들어주기 힘들다. 국뽕도 마찬가지다. 작은 현상 하나를 전반적 현상처럼 침소봉대하는 콘텐츠나 그런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는 “세계가 경악했다”거나 "난리가 났다“, “아연실색했다”, “초토화시켰다” 같은 과장된 표현들은 듣는 사람들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오글거리게 만든다. 또한 기본도 안 갖춰진 수준 이하의 콘텐츠는 주제와 상관없이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한때 자랑할 것이 ‘높고 푸른 가을하늘’밖에 없었던 나라였다. 우리의 국토면적 크기는 세계 109위에 불과하고 그나마 70%는 산악지대에다 자원도 없었다. 그마저도 전쟁으로 온 나라가 황폐화된 상태였다. 그런데 불과 70년 만에 우리는 경제규모는 세계 10위, 교역규모로는 세계 6위의 나라를 만들어냈다. 그런 우리가 왜 우리를 자랑스러워하면 안 되는가?
그런데도 단지 주제가 우리와 우리나라에 긍정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뽕이라고 매도하며 비난을 일삼는가 하면 아예 ‘국까’라고 해서 우리나라를 대놓고 깎아내리려고 애쓰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문제점들을 들추어내며 비아냥거린다. 묻고 싶다. 문제점이 없는 나라가 있으면 말해보라. 2015년 즈음에 자신들의 나라가 지상천국이라는 내용의 책을 발간하며 지들끼리 열광을 했던 그 왜국인가? 그 아베노마스크의 나라?
꼴 같지 않게 자만하지 말라는 소리도 있다. 우리가 그렇게 우둔해서 이제까지 이룬 성취에 만족하여 나태해질 민족인가?
자랑할 만한 일을 자랑하는 것은 흉이 아니다. 특히나 여럿이 함께 이뤄낸 성과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나서서 그 성과를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성과를 이뤄내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도록 격려하는 의미로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다 이루었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여전히 고쳐 나가야할 문제가 많다는 것도 알고 앞으로의 길도 만만치 않게 험난할 것이라는 것도 안다. 험하고 높은 산을 힘겹게 오르다 잠깐 쉬면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스스로 대견스러울 때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대견함에 힘을 얻어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깔딱고개 몇 개를 넘어 끝내 정상에까지 오른다. 지금 우리가 높아진 국가 위상을 자랑하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이루어낸 것들을 대견스럽게 여기는 잠깐의 돌아봄이고 휴식과 위로에 불과한 것이다. 그게 비난받을 일인가?
국뽕을 비난하는 자들은 자신들이 구직할 때 준비했던 자기소개서를 다시 보라. 소설 창작하듯 꿰어 맞춰 자신을 미화한 그 글들이 부끄럽지 않은가? 아무리 국뽕이 지나친들 그 자기소개서에 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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