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3

사과가 빨갛다고 맛있는 것은 아니다.

추석이 다가온다. 과일, 그 중에서도 사과는 가장 일상적인 추석선물의 하나다. 백화점에서 선물용으로 파는 사과들은 하나 같이 빨갛고 크다. 따라서 값도 비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사과들은 보기에 먹음직하면 맛도 좋다는 속설을 깨뜨린다. 이 사과들은 애초에 맛있는 사과를 생산해내기 위해 재배된 사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과 특유의 향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그냥 보기에만 좋은 사과일 뿐이다. 각 지역 농협에서 사과를 수매할 때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색깔과 크기다. 겉모양만 좋으면 맛과는 상관없이 높은 등급을 받고 높은 가격을 받는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농사짓는 입장에서는 굳이 사과 맛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맛있는 사과보다는 보기 좋은 사과를 키워내야 더 소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무 ..

홍제원(와이너리펜션) 2

도착한 날 밤 펜션 주인장이 내준 와인은 사과로 만든 white wine. 포도가 아닌 사과로 만든 와인인데도 전혀 어설프지 않고 포도주 다우면서도 맛이 아주 산뜻했다. 게다가 꽤 맛있었다. 술을 마시는 것 같은 부담이 전혀 없어 몇 병이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ORTO는 이탈리어라는데 주인장의 설명을 듣고도 잊어버렸다가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터밭', '해(달,별)의 뜸'이라고 나와있는데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인장이 설명해줬던 의미가 더 멋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주인장은 자신이 기른 사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선 과수원의 위치가 해발 600m의 높이에 위치해 있어 일교차가 큰 환경으로 사과의 당도가 높아 맛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대부분의 과수 농가에서 색깔을 빨갛..

흔적들 2017.03.10

홍제원(와이너리펜션) 1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의 홍제원. 요즘 다양한 테마 펜션들이 유행이지만 국내에 와인을 제조하는 와이너리(Winery) 자체가 드문 실정에 와이너리 안에 위치한 와이너리 펜션이라는 concept이 신선하고 이국적이었다. 3월 1일, 안내나 표지판이 없는 길을 내비에만 의존해 도착한 펜션은 입구부터 사방 모두가 사과나무가 가득했지만 때가 때인지라 가지만 앙상한 사과나무 가운데 자리한 두 동의 흰색 건물이 조금은 황량하게 느껴졌다. 두 건물 중 하나는 와이너리이고 다른 하나가 펜션이었다. 건물 뒷 편에서 건물 벽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따라 계단을 오르자 눈 앞에 소나무가 울창한 산 풍경이 갑자기 계단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펜션과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너편의 백두대간 수목원의 모습이었다. 계단 양쪽에..

흔적들 2017.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