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들

홍제원(와이너리펜션) 2

從心所欲 2017. 3. 10. 19:27

 

 

<펜션 앞쪽 데크에서 바라 본 와이너리 건물의 옆 모습>

 

 

도착한 날 밤 펜션 주인장이 내준 와인은

사과로 만든 white wine.

포도가 아닌 사과로 만든 와인인데도 전혀 어설프지 않고 포도주 다우면서도 맛이 아주 산뜻했다. 

게다가 꽤 맛있었다.

술을 마시는 것 같은 부담이 전혀 없어 몇 병이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ORTO는 이탈리어라는데 주인장의 설명을 듣고도 잊어버렸다가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터밭', '해(달,별)의

뜸'이라고 나와있는데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인장이 설명해줬던 의미가 더 멋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주인장은 자신이 기른 사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선 과수원의 위치가 해발 600m의 높이에 위치해 있어

일교차가 큰 환경으로 사과의 당도가 높아 맛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대부분의 과수 농가에서 색깔을 빨갛게 내기 위해 호르몬제가 주성분인 약을 치는데 (농협에서 수매할 때 

사과 색깔로 등급을 정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자신의 사과에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사과 밭에도 남들 사용하는 제초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대신에 아무리 힘들어도 예초기로 풀을

깎아준다고 했다. 땅이 건강해야 거기서 나는 과실도 건강하다는 지론이다.

떠나는 날 남아있는 사과가 없다며 여 주인장이 흠과라도 먹을만 할 거라며 봉지에 싸 준 사과.

 

 

 

크기도 제 각각에 색깔도 그리 선명하지 않고 개중에는 상처가 난 것도 있었지만 집에 와서 주인장이

권했던대로 씻어서 껍질채 먹어 본 사과 맛은 진짜 맛있었다. 정말 이렇게 맛 있는 사과를 먹어 본 게

언제였던가 싶었다. 냉장고에 보관하고 남은 사과 세가며 아껴 먹는 중이다.

 

둘째 날 밤.

주인장이 자신이 만든 갖가지 포도주를 선보였다.

종류도 다양해서 레드와인, 로제, 스파클링와인....

다 사과로 만든 것은 아니고 

종류에 따라 다른 재료를 혼합해 만든다는데

취중에 들은 설명이라 제대로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와인을 마시기 전에 주인장이 특별한 배려로 와이너리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구경을 하느라 와이너리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아마추어 수준은 절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마셔본 와인들은 비록 그동안 마셔온 포도와인과는 달랐지만 하나같이 저마다의 특색이 있고 맛 있었다.

 

<와이너리 건물>

 

 

캄캄한 산속 하늘에서 어렸을 때나 봤을 법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안주 삼아 와인에 취해가던 경험은 선뜻 무언가와 비교할지 모를 정도로 달콤하고

즐거웠다. 오래도록 문득 문득 되새기게 될 멋진 밤이었다. 

 

<펜션 뒷쪽 주차장 - 잘라낸 자두나무를 쌓아 경계를 삼아 놓았다.>

 

 

<펜션의 뒷 산 풍경 - 뒤에 보이는 산 능선이 백두대간이라고 한다  -   실제 올려다 보는 산세는 사진보다 훨씬 높고 우람하다>

 

 

건너다 보이는 백두대간 수련원에 심어놓은 온갖 기화요초가 피고 펜션 주변의 사과꽃까지 만발했을 때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포도주와 별 밤.

그것만으로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기에 족했다.

한가롭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세상 걱정을 내버릴 수 있었던 휴식은 도시생활에 지쳤을 때 도피처가 될만 했다.

 

펜션연락처 : 010-5230-0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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