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의 위치를 알려주는 강릉, 주문진이라는 단어만 보고
막연히 바닷가에 있는 펜션일 것으로 예상했다면
펜션을 찾아가는 도중에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주문진항이나 시내에서는 차로 약 10분,
그리고 주문진해변에서도 차로 5분 거리.
향호라는 호수 뒷 쪽 나즈막한 동산 아래에 폭 파묻혀 있다.
방은 딱 두 사람이 쓰기에 적당할만큼 아담했다.
예전에 모텔이었음이 쉽게 짐작가는 구조였다.
인테리어도 모던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순 썰렁한 것인지 씸플한 것인지 얼른 판단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어쨌거나 방안은 예상 외로 깨끗했다.
화장실도 깔끔.
방에 들어서면서는 미처 신경을 못 썼던 창 밖 풍경.
펜션 바로 앞에 작은 연못과 그 뒤에 큰 호수
그리고 그 너머 멀리로 바다가 보이는 전경이 나름 이색적이다.
작은 연못으로 보이는 곳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도 몇 있었는데
해질 무렵 연못 위로 물고기가 여기저기 튀어오르는 흔치않은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이 펜션은 특이하게 밖에서 보다는 안쪽이 훨씬 괜찮고 앞보다는 뒷쪽이 더 괜찮았다.
펜션 건물 뒤쪽은 소나무가 빽빽한 숲이고 그 한쪽에 바베큐장이 있는데 때마침 연산홍이 한창이었다.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오랜만에 숙면을 할 수 있었다.
달콤한 잠을 깨운 것은 소음이 아니라 햇빛이었다.
베란다 너머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여름 바닷가의 떠들썩하고 들 뜬 분위기를 기대하고 온 사람들에게는 펜션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 조용해서.
그렇지만 그냥 편하게 쉬어갈 목적으로 들린다면 실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싼 펜션들과의 가격을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들어갈 때보다는 나올 때 훨씬 더 기분이 좋은 펜션.
펜션에 대한 환상과 지나친 기대를 버리고
실용적인 펜션이라고 생각하고 찾으면 후회는 없을 듯.
펜션 뒷쪽의 일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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