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들

엄마

從心所欲 2017. 10. 18. 20:05

 

 

 

엄마!.....”

엄마!.....”

 

환갑을 훌쩍 넘긴 사내가

집을 뱅뱅 돌며 엄마를 부른다.

모퉁이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다

휑하니 스산한 모퉁이 뒤편을 보고는

다리에 맥이 풀려 휘청거린다.

그래도 다시 돈다.

다음 모퉁이를 돌면

거기 웃고 뒤돌아 보고 계실 것 같아서. 

 

맥빠진 발걸믐을 멈춰

하늘을 본다.

먼 곳 어느 구석엔가

흔적이라도 보일까,

아니라면

점차 가물가물해지는

그 모습을 그려라도 볼 수 있을까.

 

엄마!.....”

 

탄식처럼 흘러나오다

목구멍에 걸린 소리 끝에는

엄마의 모습도 없고

대답도 없다.

 

다시 또 돈다.

모퉁이를 돌고 또 돈다.

살아생전 듣도 보도 못 한 이 낯선 곳에

계실 리 만무한 줄 알면서도

미친 걸음을 멈출 수 없다.

걸음을 멈추는 순간

이내 땅에 주저앉아버릴 것 같아서,

어릴 때처럼

엄마를 부르며 발버둥치고

서럽게 소리 내어 울 것 같아서...

그러기엔 너무 늙었는데.

 

모퉁이를 돌 때마다

가슴 속을 후벼파는 기억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온다.

허했던 가슴이

어느새 그 수많은 잘못의 기억들로 채워

발걸음도 무겁다.

 

엄마!.....”

 

걱정과 사랑으로 지켜보시던

그 옛날 엄마의 모습을

찾아보고, 그려보려 하지만

파란 하늘, 흰 구름 사이

어디에도 없다.

 

엄마!.....”

엄마!.....”

 

예전에는 집안 어디선가

금세 들려오던

목소리가,

이제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어디에도 없다.

 

- 20171018일 어머니 기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