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들

청춘들아 너희가 본래 청춘이며 낸들 본래 백발이냐

從心所欲 2019. 5. 8. 06:39

 

1). 삼년상(喪)을 치루는 이유

 

우리는 불문율로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년상을 치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삼년상일까?

 

재아(宰我)라는 제자가 공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삼년상은 너무 깁니다. 군자가 삼년동안 예(禮)를 행하지 않으면 예가 반드시 무너지고, 삼년동안 음악을

하지 않으면 음악이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일 년이면)묵은 곡식이 다 없어지고 새 곡식이 등장하며,

불씨를 얻는 나무도 다시 처음의 나무로 돌아오니 일 년이면 될 것입니다.”

그러자 공자가 물었다.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너에게는 편안하냐?” 예전에 상중에는 베옷을 입고

술과 고기를 먹지 않았기에 이렇게 물은 것이다. 그러자 재아는 “편안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공자는 “네가 편안하다면 그렇게 하여라. 대체로 군자가 상을 치를 때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이 없고,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지금 네가 편안하다면

그렇게 하여라.”라고 하였다.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은 상주가 무덤 근처에 여막을 짓고 무덤을 지키는 여묘(廬墓)를

가리키는 것이다. 공자가 말하는 초점은 제대로 된 자식이라면 적어도 3년 동안은 부모가 돌아가신 슬픔에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지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3년인가에 대해서는 공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자식은 태어나서 3년이 지난 후에야 부모의 품에서 벗어난다. 재아도 부모에게서 3년간의 사랑을 받지 않았겠느냐?”1

 

삼년상이라고 하지만 기실은 만 2년이다. 돌아가셨을 때가 초상(初喪)이고 만 1년이 되면 소상(小祥)이며

2년이 되면 대상(大祥)이 되어 상복을 벗고, 다시 두 달 후에 담제(禫祭)를 지낸 후 탈상하는 것이 전통 상례(喪禮)이다.

 

 

[김홍도 오륜행실도 中 석진단지(石珍斷指)2, 1797, 지본채색, 22.0×15.0㎝, 개인]

 

 

2) 부모에 대한 원망

 

어렸을 때는 종종 이유 없이 부모를 원망한다. 특히 어려움이 닥치고 좌절할 때면 그 원인을 부모에게 돌리고

부모 탓을 한다. 그 터무니없는 말을 들어야 했던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Christina Aguilera의 “Hurt"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 전보를 받고 지난 시절을 뒤돌아보며 아버지에

대한 후회를 담은 노래이다.

 

Seems like it was yesterday when I saw your face

아빠의 얼굴을 본 게 불과 어제 같은데....

You told me how proud you were,

but I walked away

아빠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뒤돌아섰었죠.

If only I knew what I know today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Ooh, ooh

 

I would hold you in my arms

두 팔로 아빠를 껴안을 거예요.

I would take the pain away

그래서 (아빠의 마음속)고통을 덜어주고

Thank you for all you′ve done

나에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고

Forgive all your mistakes

아빠의 모든 실수를 용서할래요.

There′s nothing I wouldn′t do

To hear your voice again

아빠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Sometimes I wanna call you

가끔 아빠를 불러보고 싶지만

But I know you won′t be there

아빠가 거기 없다는 것을 알아요.

 

Ohh I′m sorry for blaming you

For everything I just couldn′t do

내가 무슨 일이 안 될 때마다 아빠를 원망해서 미안해요.

And I′ve hurt myself by hurting you

(일부러)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내 자신을 괴롭혔어요.

Some days I feel broke inside but I won′t admit

내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느낄 때도 있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Sometimes I just wanna hide ′cause it′s you I miss

때로는 아빠가 그리워서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And it′s so hard to say goodbye

When it comes to this, oooh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아빠와 작별하는 것은

너무 힘들어요.

 

Would you tell me I was wrong?

내가 잘 못했다고 하실 건가요?

Would you help me understand?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실래요?

Are you looking down upon me?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계시나요?

Are you proud of who I am?

아빠는 지금의 내가 자랑스러운가요?

There′s nothing I wouldn′t do

To have just one more chance

To look into your eyes

And see you looking back

무엇이든 다 할게요.

아빠를 다시 한 번 더 만나고,

아빠의 눈을 들여다보고,

아빠가 뒤돌아보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Ohh I′m sorry for blaming you

For everything I just couldn′t do

And I′ve hurt myself, ohh

 

If I had just one more day

나에게 (아빠를 볼 수 있는)하루가 더 주어진다면

I would tell you how much that I′ve missed you

Since you′ve been away

아빠가 떠나간 뒤 내가 아빠를 얼마나 그리워했었는지 얘기할래요.

Ooh, it′s dangerous

It′s so out of line

To try and turn back time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려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위험한 일이죠.

 

I′m sorry for blaming you

For everything I just couldn′t do

And I′ve hurt myself by hurting you

내가 할 수 없었던 모든 일에 대해 아빠 탓을 하고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내 자신을 괴롭힌 것,

모두 미안해요.

 

 

 

3) 부모의 마음

 

불교의 경전 중에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 있다. 부모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설하여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을 가르친 경전이다. 유교의 『효경(孝經)』이 효(孝)를 강조한 것에 비하여, 이 경전은 부모님의 은혜,

그 중에서도 특히 어머님의 은혜를 강조하고 있다. 이 경전은 부모의 은혜를 십대은(十大恩)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1. 품에 품고 지켜 주는 은혜[懷耽守護恩],

2. 해산에 즈음하여 고통을 받는 은혜[臨産受苦恩],

3.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生子忘憂恩],

4.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아 먹이는 은혜[咽苦甘恩],

5.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廻乾就濕恩],

6. 젖을 먹여서 기르는 은혜[乳哺養育恩],

7. 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주시는 은혜[洗濁不淨恩],

8. 먼 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遠行憶念恩],

9. 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짓는 은혜[爲造惡業恩],

10.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는 은혜[究意憐愍恩]  등이다.

 

흔히 부르는 양주동 작시, 이흥렬 작곡의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가곡도 그 가사는 이 내용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민요와 불가(佛歌)로 전하는 회심곡(回心曲) 또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 사설의

근간이다. 원래 회심곡(回心曲)은 불교의 대중적인 포교를 위해 알아듣기 쉬운 한글 사설을 민요 선율에 얹어

부른 것이라 하는데 지금 전하는 것은 ‘불가조(佛歌調)’와 ‘소릿조’ 두 가지가 있다. 소릿조 회심곡은 원래의

회심곡이 길다보니 공연을 위하여 사설을 간략화한 것으로 대개 10분 내외의 길이다. 반면 아래 김영임의

회심곡은 불가조로 연주시간이 근 40분에 달한다.

자막에 ‘회심곡(인생의 길)’로 되어있는 초반 4분 30초 가량은 축원에 해당하고 이어 ‘회심곡(부모님 은혜)’

자막부분부터 본격적으로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구절들이 노래된다. 회심곡은 여러 이본과 판본이 있고,

부르는 사람마다 그 사설이 조금씩 다르다. 김영임의 회심곡도 11분까지는「창악집성」에 수록된 사설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진행되다가 그 이후로는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거의 일치하는 부분까지만 사설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일심(一心)으로 정념(正念)은 극락세계(極樂世界)라

보옹호오호오홍이어 아미(阿彌)로다

보호오오호오홍이 에헹에

염불(念佛)이면 동참시방(同參十方)에

어진 시주(施主)님네

평생 심중(心中)에 잡순 마음을

연만(年滿)하신 백발노인

일평생을 잘 사시고 잘 노시다

왕생극락(往生極樂)을 발원(發願)하시고

젊으신네는 생남발원(生男發願)

있는 아기는 수명장수(壽命長壽)

축원(祝願)이 갑니다 덕담(德談) 가오

건위곤명(乾位坤命)은 이댁전(宅前)에

문전축원(門前祝願) 고사덕담(告祀德談)

정성지성(精誠至誠) 여쭌 뒬랑

대주전(大主前) 영감 마님

장남(長男)한 서방(書房) 사시자 하니

어디 아니 출입(出入)들을 하십니까

삼생인연(三生因緣)은 불법만세(佛法萬世)

관재구설(官災口舌) 삼재팔난(三災八難)

우환질병(憂患疾病) 걱정 근심 휘몰아다

무인도 깊은 섬 중에다

허리둥실이 다 버리시고

일신정기(一身正氣)며 인간오복(人間五福)

몸 수(數) 태평(太平) 얻어다가

귀한 아들 따님 전에 전법(傳法)하니

어진 성현(聖賢)의 선남자(善男子)되리로다

명복(命福)이 자래(自來)라

아하아 헤나네 열의 열 사십소사 나하아 아하하

 

억조창생(億兆蒼生) 만민시주(萬民施主)님네

이내 말씀 들어 보소

이 세상(世上)아 사람밖에 또 있나요

이 세상에 탐문탄생(探門誕生) 나온 사람마다

임자 절로 낳노라고 거들대며 벙청대도

불법(佛法) 말씀 들어 보면

사람마다 임자 절로 아니 낳습니다.

제일(第一)에 석가여래 공덕받고

어머님전(前) 살을 빌고 아버님전(前) 뼈를 받고

일곱 칠성님전(前)의 명(命)을 받고

제석님전(前)에 복을 빌어

석 달 만에 피를 모으고 여섯 달 만에 육신(肉身)이 생겨

열 달 십삭(十朔)을 고이 채서 이내 육신이 탄생을 하니

그 부모가 우릴 길러 낼 제 어떤 공력 들었을까

진자리는 인자하신 어머님이 누우시고

마른자리는 아기를 뉘며

음식이라도 맛을 보고

쓰디쓴 것은 어머님이 잡수시고

달디단 것은 아기를 먹여

오뉴월이라 단야(短夜) 밤에 모기 빈대 각다귀 뜯을세라

곤곤(困困)하신 잠을 못 다 주무시고

다 떨어진 세 살 부채를 손에다 들고

온갖 시름을 다 던지고 허리둥실 날려를 주시며

동지섣달 설한풍(雪寒風)에

백설(白雪)이 펄펄 날리는데

그 자손이 추울세라 덮은 데 덮어 주고

발치발치 눌러를 주시며

왼팔 왼젖을 물러 놓고

양인 양친이 그 자손의 엉대 허릴 툭탁 치며

사랑에 겨워서 하시는 말씀이

은자동(銀子童)아 금자동(金子童)아 금(金)이로구나

만첩청산(萬疊靑山)의 보배동(寶貝童)아

순지건곤(舜之乾坤)의 일월동(日月童)아

나라에는 충신동(忠臣童)아

부모님전 효자동(孝子童)아

동내방내(洞內坊內) 우염동아

일가친척(一家親戚)의 화목동(和睦童)아

둥글둥글이 수박동아 오색(五色)

비단의 채색동(彩色童)아

채색 비단의 오색동(五色童)아

은(銀)을 주면 너를 사고 금(金)을 주면 너를 사랴

애지중지(愛之重之) 기른 정(情)을

사람마다 부모은공(父母恩功) 생각하면

태산이라도 무겁지 않겠습니다

나하아 아하아 아하아 아하아 헤나네

열의 열 사십소사 나하아 아하아

보호오 오호으응이 어아미로다 보호오응이 에헹에

 

자손 낳아 길러 보니

그 중에 선효불효(善孝不孝) 가려 보면

불효자(不孝子)의 거동(擧動) 보면

어머니가 젖을 먹여 육간대청(六間大廳) 뉘어 놓면

어머님의 가슴에다 못을 주느라고

억파득히 어겅어겅 울음 우니

어머님의 가슴이 봄눈 슬듯 사라지고

선효자(善孝子)의 거동 보면 남과 같이 젖을 먹여

육간대청(六間大廳) 아무렇게 던져 놔도

육간대청이 좁다 하고 둥글둥글이 잘도 논다

.

.

.

망령(妄靈)이라고 구박하는 소리

애달프고 절통(切痛)하다

그 노인이 비록 귀는 절벽같이 먹었을망정

닫은 문을 박차면서

여보아라 청춘들아 너희가 본래 청춘이며

낸들 본래 백발이냐

백발 보고 웃지 마라 나도 엊그저께

청춘소년행락(少年行樂)하였건만

금일백발(今日白髮) 원수로다

.

.

.

.

.

 

 

 

참고 및 인용 : 창악집성(2011. 하응백), 한국민족문화대백과

 

  1. 논어, 양화(陽貨)편 [본문으로]
  2. 자신의 무명지를 잘라 악질로 고생하는 아버지의 병을 고친 유석진이라는 인물의 효행을 그린 그림 [본문으로]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글 유감  (0) 2019.08.02
삼각조돈(三角朝暾)  (0) 2019.07.31
찰리 채플린으로부터의 지혜  (0) 2018.07.19
엄마  (0) 2017.10.18
강릉 주문진 골든벨펜션  (0) 2017.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