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공(奉公) 제4조 문보(文報) 14
만약 변문(邊門)의 열쇠를 맡아 곧장 장계(狀啓)를 보낼 때는, 더욱 격식과 관례를 분명히 익혀 두려운 태도로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
(若邊門掌鑰 直達狀啓者 尤宜明習格例 兢然致愼)
장계의 첫머리에는 체면 인사말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 이를테면 “신(臣)은 재성(才性)이 졸렬하여 부임한 이래로 밤낮으로 공경하고 두려워합니다.”와 같이 상소문(上疏文)의 투식(套式)처럼 하는 것. - 곧장 본건을 서술하여 자세히 논해야 한다. 대저 장계의 문체는 항상 육선공(陸宣公)의 주의(奏議)를 읽어서 그 간절함을 본받고, 겸하여 왕양명(王陽明)의 소의(疏議)를 가져다가 명료함을 본받되, - 두 분의 글은 모두 쌍대(雙對)로 되어서 변려문(騈儷文)과 같다. - 절실하고 충실한 마음을 근본으로 한다면 감동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4조인 문보(文報)는 ‘공문서’를 말한다.
▶변문(邊門) : 국경에서 외국과의 출입을 통제하던 관문. 조선시대에는 중국으로의 출입을 담당했던 의주와 왜(倭)로의 출입처인 동래가 대표적 변문이었다.
▶장계(狀啓) : 왕명을 받아 지방에 나가 있는 신하가 자기 관하의 중요한 일을 왕에게 보고하는 문서.
▶투식(套式) : 굳어진 틀로 된 법식.
▶육선공(陸宣公) : 당나라 가흥(嘉興) 사람으로 이름은 지(䞇), 자는 경여(敬輿), 선공은 그의 시호이다. 진사 출신으로 한림학사(翰林學士)ㆍ중서시랑(中書侍郞)ㆍ동평장사(同平章事) 등을 지냈다. 저서에는 《육선공한원집(陸宣公翰苑集)》이 있다. 특히 그는 한림학사로 있을 때 주자(朱泚)의 반란으로 인하여 하루에 조서(詔書) 수백 편을 지어내는 등 훌륭한 저술 솜씨를 보이고 국가 기무에 민첩하게 응함으로써 당시 덕종(德宗)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았으며, 그의 주의(奏議)는 더욱 명작이어서 후세에 주의의 규범이 되었다.
▶주의(奏議) :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
▶왕양명(王陽明) : 명나라 여요(餘姚) 사람으로 이름은 수인(守仁), 자는 백안(伯安), 양명은 그의 호이고, 시호는 문성(文成)이다. 진사 출신으로 여릉지현(廬陵知縣)ㆍ우첨도어사(右僉都御史) 등을 거쳐 남경 병부 상서(南京兵部尙書)에 이르고 신건백(新建伯)에 봉해졌다.
▶소의(疏議) : 네 글자 또는 여섯 글자로 대구(對句)를 이루는 문체의 하나이다.
▶변려문(騈儷文) : 4언구와 6언구를 기본으로 하여 대구(對句)만으로 문장을 구성한 중국 고대의 한문 문체. 수사(修辭)가 화려(華麗)한 문장(文章).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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