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37 – 문서는 지체되지 않게 하라.

從心所欲 2022. 6. 13. 11:50

[일재(一齋) 김윤보(金允輔) <풍속도 10폭 병풍> 中 2폭, 병풍 크기 201 x 564cm, 국립민속박물관]

 

●봉공(奉公) 제4조 문보(文報) 12
문첩(文牒)이 지체되면, 반드시 상사의 독촉과 문책을 당하게 될 것이니, 이는 봉공(奉公)의 도리가 아니다.
(文牒稽滯 必遭上司督責 非所以奉公之道也)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4조인 문보(文報) 공문서를 말한다.
문첩(文牒) : 관아(官衙)의 서류(書類).

문첩을 맡은 아전이 먼저 여비로 책정된 쌀을 먹어버리고, 여름ㆍ가을 이래로 결핍(缺乏)이 심해지면, 반드시 문첩을 모아서 일시에 싸서 보내거나, 혹은 이웃 고을에 부탁하여 부치려 하니, 이것이 문서가 지체되어 기한에 맞추지 못하는 이유이다. 사건이 생긴 후에는 간사한 말로 거짓말을 꾸며서 혹 지자(持者) - 문첩(文牒)을 전하는 사람을 지자라 한다. - 가 병이 났다고 하고 혹은  저리(邸吏)가 잊어버렸다 하는데, 모두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관계되는 바가 그리 중하지 않은 문서는 아전들의 하는 말을 들어 주어 재력이 넉넉해지게 해 주며, 그 보고 내용이 시급한 서류는 봉함하여 보내는 날 마땅히 수리(首吏)를 단속하고, 사건이 생기는 날에는 수리도 함께 처벌하면 지체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상사가 수령들의 치적을 고과(考課)하는 문서에 혹은 ‘보장(報狀)의 사연에 착오가 있다.’ 하고, 혹은 ‘보장이 어찌하여 늦었는가.’ 하여, 그것으로 하(下)나 중(中)을 매기는 예가 많으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영휘(李永輝)가 안협 현감(安峽縣監)으로 있을 때였다. 그 현이 감영과 4백~5백 리나 떨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공문서의 왕래 비용이 적지 않아서, 백성은 1년에 내는 포목이 호당 수십 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 생업이 날로 위축되었다. 그는 봄ㆍ가을로 포목 몇 필씩을 내게 하여 쌓아두고 수입과 지출을 장부에 기재하고, 무릇 진상할 물건은 반드시 모두 미리 갖추어 두니, 그 물건 값이 오르는 염려가 없었다. 시급한 문서가 아니면, 흔히 이웃 고을의 편에 보내었다. 이와 같이 1년 동안 시행하니 포목은 남는 것이 있고, 백성들의 부담하는 비용은 열에서 그 아홉은 감해졌다.
저리(邸吏) : 이서(吏胥)나 서민(庶民)으로서 서울에 머물러 있으면서 지방 관아와 관련된 사무를 연락하거나 또는 그 업무를 대행하던 경저리(京邸吏), 감영(監營)에 딸려서 감영과 각 고을의 연락을 취하던 영저리(營邸吏)를 가리키는 말.
수리(首吏) : 지방 관아의 아전 중에 으뜸인 아전을 가리키는 말로, 대개는 이방(吏房)이었다.
고과(考課) : 관원들의 근무태세와 성적 등을 조사 보고하던 일.
이영휘(李永輝) : 생물 연대는 미상.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