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

조선경국전 20 – 부전 부세

從心所欲 2022. 6. 21. 11:22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정도전이 중국의 주례(周禮)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치국의 대요와 제도 및 그 운영 방침을 정하여 조선(朝鮮) 개국의 기본 강령(綱領)을 논한 규범 체계서(規範體系書)로 후에 조선 법제의 기본을 제공한 글이다.

내용은 먼저 총론으로 정보위(正寶位)ㆍ국호(國號)ㆍ정국본(定國本)ㆍ세계(世系)ㆍ교서(敎書)로 나누어 국가 형성의 기본을 논하고, 이어 동양의 전통적인 관제(官制)를 따라 육전(六典)의 담당 사무를 규정하였다.

육전(六典)국무(國務)를 수행하는 데 근거가 되는 6()의 법전을 의미한다. 통상

이전(吏典) · 호전(戶典) · 예전(禮典) · 병전(兵典) · 형전(刑典) · 공전(工典)을 말한다. 육전이란 말은 원래 주례(周禮)에서 나온 말로, ()나라 때는 치() ·() ·() ·() ·() ·()6전으로 되어있었다. 정도전은 이를 치전(治典)ㆍ부전(賦典)ㆍ예전(禮典)ㆍ정전(政典)ㆍ헌전(憲典)ㆍ공전(工典)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 김윤보의  「 풍속도첩 」 중 소작료 납입 , 19 세기말 ,  지본수묵 ,  개인소장 ]

 

부전(賦典) : 재정경제(財政經濟)에 관한 법전.

<부세(賦稅)>
▶부세(賦稅) : 세금을 매겨서 물림.

《맹자》 등문공상(滕文公上)에,
“야인(野人)이 없으면 군자를 봉양할 수 없고, 군자가 없으면 야인을 다스릴 수가 없다.”
하였다. 그러나 옛날 성인이 부세법(賦稅法)을 만든 것은 다만 백성으로부터 수취하여 자기를 봉양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백성들이 서로 모여 살게 되면, 음식과 의복에 대한 물욕이 밖에서 공격하고 남녀에 관한 정욕은 안에서 공격하여, 동류일 경우에는 서로 다투게 되고 힘이 대등할 경우에는 싸우게 되어 서로 죽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통치자는 법을 가지고 그들을 다스려서 다투는 자와 싸우는 자를 평화롭게 해 주어야만 민생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은 농사를 지으면서 병행할 수 없는 것이므로 백성은 10분의 1을 세로 바쳐서 통치자를 봉양하는 것이다. 통치자가 백성으로부터 수취하는 것이 큰 만큼, 자기를 봉양해 주는 백성에 대한 보답도 역시 중한 것이다. 후세 사람은 부세법을 만든 의의가 이러한 것을 모르고, ‘백성들이 나를 공양하는 것은 직분상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가렴주구를 자행하면서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걱정하는데, 백성들이 또한 이를 본받아서 서로 일어나 다투고 싸우니 화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선왕이 법을 만든 것은 천리(天理)이지만, 후세 사람이 부세에 폐단을 일으키는 것은 인욕 때문이다. 재신(才臣)과 계리(計吏)로 부세를 다스리는 자는 마땅히 인욕을 억제하고 천리를 간직할 것을 생각해야 옳을 일이다.

우리나라의 부세법은 조(租)는 토지에서 거두어들이고, 이른바 상요(常搖)와 잡공(雜貢)은 지방의 소출에 따라서 관부에 바치게 하고 있는데 이는 당나라의 조(租)ㆍ용(庸)ㆍ조(調)의 유의인 것이다.
상요(常搖) : 고려 때에 노동력을 징발하는 세목(稅目).  중앙 정부 차원의 노동력 징발은 역()이라 했고상요는 지방 수령에게 필요한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한 세목이었다.
잡공(雜貢) : 국가에서 해마다 백성들로부터 받아들이는 여러 가지의 공물. 잡색공물(雜色貢物).
()ㆍ용()ㆍ조(調) : ()나라 때의 세 가지 징세법. 토지로부터 징수하는 세를 조(), 백성을 인부로서 부역시키는 것을 용(), 가호(家戶)에 부과하는 것을 조(調)라 하였다.

전하는 오히려 부세가 너무 무거워서 우리 백성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을 염려하여, 이에 유사(攸司)에게 명하여 전부(田賦)를 개정하고 상요와 잡공을 상정(詳定)하게 해서, 거의 중정(中正)의 도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조(租)로 말하면, 토지가 개간되어 있는가 황폐되어 있는가를 조사하면 소출의 수효를 계산할 수 있지마는, 상요와 잡공으로 말하면, 다만 관부에서 바치는 액수만을 정해 놓았을 뿐, 가호에 대해서 무슨 물건을 내는 것이 조가 되고, 인구에 대해서 무슨 물건을 내는 것이 용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관리들이 이러한 약점을 이용하여 간계를 써서 함부로 수탈한 때문에 백성들은 더욱 곤궁해지고 호부들은 곳곳으로 피해서 국가의 재용은 도리어 부족해지고 있다.
전하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만들어 놓은 부세법의 의의를 아래에서 강구하지 않으니 이는 즉 유사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무사하고 한가한 시간을 만나면 강구하여 시행해야 옳을 일이다.
유사(攸司) : 담당하는 관아.
전부(田賦) : 논밭에 대한 조세(租稅).
상정(詳定) : 나라의 제도 또는 관청(官廳)에서 쓰는 물건의 값, 세액(稅額), 공물액(貢物額) 등을 심사 결정하여 오랫동안 변경하지 못하게 하는 것.
중정(中正) :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곧고 올바름.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김동주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