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

조선경국전 21 – 부전 조운

從心所欲 2022. 6. 23. 11:03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정도전이 중국의 주례(周禮)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치국의 대요와 제도 및 그 운영 방침을 정하여 조선(朝鮮) 개국의 기본 강령(綱領)을 논한 규범 체계서(規範體系書)로 후에 조선 법제의 기본을 제공한 글이다.

내용은 먼저 총론으로 정보위(正寶位)ㆍ국호(國號)ㆍ정국본(定國本)ㆍ세계(世系)ㆍ교서(敎書)로 나누어 국가 형성의 기본을 논하고, 이어 동양의 전통적인 관제(官制)를 따라 육전(六典)의 담당 사무를 규정하였다.

육전(六典)국무(國務)를 수행하는 데 근거가 되는 6()의 법전을 의미한다. 통상

이전(吏典) · 호전(戶典) · 예전(禮典) · 병전(兵典) · 형전(刑典) · 공전(工典)을 말한다. 육전이란 말은 원래 주례(周禮)에서 나온 말로, ()나라 때는 치() ·() ·() ·() ·() ·()6전으로 되어있었다. 정도전은 이를 치전(治典)ㆍ부전(賦典)ㆍ예전(禮典)ㆍ정전(政典)ㆍ헌전(憲典)ㆍ공전(工典)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 「각선도본(各船圖本)」 중 조선(漕船),  규장각  :  「 각선도본 (各船圖本)」 은  1797년 경에 간행된 조선시대 선박 도해서이다. 그림은 충청,  전라,  경상도의 삼남 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물을 뱃길로 운반한 선박인 조운선(漕運船)의 도해이다. ]

 

부전(賦典) : 재정경제(財政經濟)에 관한 법전.

<조운(漕運)>
조운(漕運) : 조세로 거둬들인 곡물을 배로 경창(京倉)까지 운반하는 제도.경창(京倉)은 조선시대 서울 한강 변에 있던 세곡 저장창고. 호조(戶曹) 소속의 군자감(軍資監)과 광흥창, 풍저창이 대표적이다.

옛날에 천자와 제후들은 모두 기내(畿內)에서 나오는 부(賦)로써 생활하였다. 그러므로 조운으로 운반하는 거리가 멀어도 5백 리를 넘지 않았고, 가까우면 50리를 넘지 않았으니, 백성들의 힘이 피곤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
기내(畿內) : 고대에 서울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이내의 땅. 중국에서는 천자(天子)가 직할(直轄)하는 지역을, 조선에서는 경기(京畿) 일원을 가리켰다

진(秦)ㆍ한(漢) 이래로는 천하를 군현(郡縣)으로 편제하여 그 소출의 부(賦)를 모두 천자의 도읍으로 운반하게 되어 수송하는 거리가 매우 멀어지고 운송하는 곡식도 매우 많아져서 백성들의 힘이 피곤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조운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되어 조운 제도를 자세히 강구하였으나 민력(民力)의 피곤함은 여전하였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 있고, 내륙에는 큰 강이 있으니, 조운이 이 길을 경유하면 백성들의 노력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왜구가 들어와서 소란을 피우게 되면서 연해 지방의 주군에서는 수로를 버리고 육로를 택하게 되어 험악한 산골짜기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가을철에는 장마, 겨울철에는 폭설로 인부가 피곤하여 쓰러지고 우마가 넘어지는 등 백성들의 고생이 말할 수 없이 커졌다.

전하는 즉위하자 유사에게 명하여 전함(戰艦)을 수리하고 수졸(戍卒)을 늘려서 바다에서의 공격과 육지에서의 방어를 강화한 결과, 왜구는 앞으로 나아가도 약탈할 수가 없고 뒤로 물러가도 얻는 것이 없어졌다.
그리하여 왜구는 마침내 멀리 달아나 해운이 트이게 되니, 육로 수송을 하는 내륙 지방의 주군(州郡)은 아무리 멀어도 4백~5백 리만 가면 강에 닿을 수 있게 되어 백성들의 노력이 절감되고 나라의 재정이 풍족하게 되었다. 그러나 올바른 관리를 얻지 못하여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합리성을 잃게 된다면 폐해가 생기게 되니, 유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수졸(戍卒) : 변경을 지키는 군졸(軍卒).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김동주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