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건축물

우리 옛 건축물 21 - 살창(箭窓)

從心所欲 2018. 7. 3. 23:02

화려한 단청의 모습에 눈을 빼앗기다 보면 살창(箭窓)의 은밀한 아름다움을 놓치기 쉽다. 사찰의 살창은 화려한

장식과 색감으로 장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소박해 보이는 궁궐건물의 살창이라도 찬찬히 드려다 보면 그 자체만

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살창은 울거미(창호의 뼈대)속에 얇은 살대를 짜 만든 창호를 말한다. 그 얇은 살대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문양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런 문양에 따라 살창의 명칭이 붙여진다. 가장

원시적인 모양으로는 고정된 문얼굴에 세로로 살대만 세우고 창호지를 바르지 않은 세로살창을 들 수 있는데

봉정사 극락전에서 볼 수 있다.

 

 

[국보 제15호 봉정사 극락전의 세로살창]

 

조선시대 살림집에서 부엌 등에 연기를 배출시키기 위한 환기창이나 빛을 들이기 위한 광창(光窓)의 형태에 많이 사용되었다.

 

[충남 예산 이남규고택, 이태훈사진]

 

 

조선시대 살창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문울거미 안에 세로살은 꽉 채우고 가로살은 위아래와 중간에 3 ~ 4 가닥을 보낸 세살창(細箭窓)이다. 세살창 아래 청판을 붙여 문으로 사용하는 것은 세살문(細箭門)이라고 하며, 세살창호는 대개 외벽 창호1로 많이 사용된다. 세살은 띠살이라고도 한다. 

 

 

 [덕수궁 석어당 세살분합2]

 

세살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세로살과 아울러 가로살까지 꽉 채운 만(卍)살인데 만살은 달리 정(井)자살

이라고도 한다.

 

[덕수궁 함녕전 만살분합]

 

 

그 외의 살창 문양은 아래 그림과 같다.

 

 

위의 문양 설명 중 아자살로 표시된 것은 완자살을 잘 못 표기된 듯 하다. 완자살은 사각형의 모서리가 서로 겹치면서 사방으로 무한대로 뻗어가는 개념의 문양이다.

아자살은 아래 사진의 형태다.

 

 

이런 문양이 있는 문 외에 안에 살대가 있어도 아예 살대가 밖에서 보이지 않는 문이 있다. 도듬문이라는 것인데,

창호지를 여러 겹 두껍게 발라 빛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용도로 제작된 창호를 말한다. 

 

불교건축의 창살은 꽃살로 대표된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꽃살은 단순히 장식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다는 화엄(華嚴)의 상태를 상징하는 불교적 의미를 갖는다. 대개의 꽃살은 가로와

세로살이 교차되는 부분에 국화, 매화, 연꽃 등을 조각한다.

 

[대구 동화사 대웅전 꽃살문 (시흥장수신문 사진)]

 

 

아래 사진에서 보는 강화 정수사 법당은 통판에 꽃을 조각하여 만든 특수한 꽃살문으로 화려함에 있어서는 짝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꽃살문 중 최고의 걸작품으로 손꼽히는 부안 내소사 대웅전의 꽃살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명성을 얻고 있다.

 

[강화 정수사(보물 제161호)의 법당인 대웅보전의 꽃살문]

 

 

[안에서 밖으로 본 정수사 법당 문살 실루엣]

 

 

사찰 꽃살문은 대부분 부처를 예배하는 법당의 출입문에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부처를 찬미하고 경배하여

공양화를 바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석가모니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 것을 상징하는 의미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은 통도사 대웅전 정칸의 분합문인데 색감의 화려함 보다는 창살이 만나는 곳마다 꽃문양을 넣은 그

정성과 독특함이 눈길을 끈다. 분의 정면이 꽃으로 가득하다. 색칠을 하지 않았어도 아름다움이 보인다. 개중에

보수하여 나무 색이 다른 꽃도 보이지만 얼마나 심혈을 기울인 장식인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꽃살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문짝 밑의 궁판에 투각되어 있는 문양도 눈길을 끈다. 문짝 하단에 있는 나무판을

궁판이라 하는데 청판 또는 궁창이라고 부른다. 궁창에 그려진 단독무늬 단청은 궁창초라고 한다. 주로 연화,

당초문, 귀면 등이 그려진다. 아래는 월출산 도갑사 대웅보전의 협칸에 달린 4분합문인데 십이지신상을 소재로

한 궁창초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러나 조선 궁궐 정전에는 살창이나 궁창에는 이런 화려한 장식이 전혀 없다. 아래는 경복궁 근정전의 창호다.

솟을살로 보이는데 의외로 꽃살문이라고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원래 꽃살문은 문살에 꽃무늬를 새기는 것으로

정의되었는데 근자에 이르러서는 살대들이 교차하는 지점이 꽃모양을 이루면 꽃살문으로 부르고 있다. 꽃무늬를

새기지 않고도 살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꽃모양을 이루도록 디자인하고 제작한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다.

사찰 장식에 비하면 요란한 색이나 화려한 치장이 없지만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경지라 할만하다.

 

 

 

 

 

이 글은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2007.동녘), 한국 전통 건축 장식의 비밀(허균, 2013, 대원사), 문화원형백과

(2002.한국콘텐츠진흥원)등을 참조, 인용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1. 창호(窓戶)는 창(窓)과 호(戶)가 결합된 말로 창과 문을 가리킨다. 창은 정의대로 채광이나 환기를 위한 개구부를 뜻하지만 호는 정확히 정의하면 건물에 달린 외짝여닫이문을 지칭한다. 그러나 건축준공보고서인 《영건의궤》에 따르면 17세기 무렵까지는 호가 건물에 출입하는 모든 문을 지칭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따라서 창호는 건물에 달린 창과 문을 통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7세기 이후로 차츰 호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문으로 대치되었다. 따라서 창호와 창문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2007. 동녘) [본문으로]
  2. 외벽에 설치되는 여닫이 덧문과 대청과 방 사이에 설치되는 들어걸개문을 분합(分閤)이라고 한다. 외벽에 설치되는 분합창호는 두 짝이 일반적이며 대청 앞에 설치되는 분합문은 네 짝 또는 여섯 짝이 보통이다.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본문으로]